독일은 2001년 "그린카드"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독일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에게 입국허가서와 고용허가서를 발급해주는 제도다. 그린카드는 정보통신(IT)과 컴퓨터 등 첨단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갖춘 외국인에게 발급된다. 이들 첨단분야에서는 독일내 전문인력이 부족해 인도 유고 등지의 외국인들이 기업들의 수요를 채워주고 있다. 독일의 실업자수가 4백만명을 넘었는데도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적임자를 구하지 못해 공석으로 남아있는 일자리가 40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독일 연방통계청은 추산하고 있다. 인력수급이 불균형 상태에 빠져있다는 얘기다. 베를린에 있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콘다트(Condat)사의 슈테판 비즈너 사장은 "직원 1백30명중 20%가 외국인"이라며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을 하는 직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원하는 시간대에 마음대로 일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근무시간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인터넷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인도인들이 특히 많다. 때문에 독일인들은 인터넷을 '인도넷'이라고 빗대어 부르기도 한다. 건설 농업 등 일용직 노동자를 주로 쓰는 분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의 대부분은 체코 폴란드 터키인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정부의 고용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체류자들이다. 소렌 페더슨 덴마크 록울(Rockwool)재단 연구위원은 "노르웨이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이 16.5유로,덴마크는 15.7유로,영국은 14.4유로인 데 비해 독일 불법노동자는 10.3유로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저임노동력이 독일의 '복지 과잉'을 일정 부분 떠받쳐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신 독일인들은 조금 힘들다싶은 일자리는 아예 외면한다. '백수'생활을 해도 아쉬울 게 없다는 얘기다. 독일의 실업률 증가는 노동조합원 감소에서도 잘 나타난다. 1990년 3백60만명에 달했던 금속노조(IG메탈)조합원수가 최근 2백60만명대로 떨어졌다. 10년새 조합원의 27%가 줄었다. 클라우스 헤르만 IG메탈 사무·전문직 대표는 "대형 공장 위주였던 독일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서는 정보기술 분야의 인력을 많이 뽑고 있다"며 "전문인력 양성제도의 문제 때문에 인력 수요와 공급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등의 일용직뿐만 아니라 고임금 분야에서도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을 경우 최대 3개월까지 급여와 훈련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고용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최대 1년동안의 교육기간중 급여의 50%까지 정부가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근로자와 청소년실업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기업이 독일인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12개월간 임금보조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도 독일의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