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이라크에 대한 채권 포기를 요구한 미국의 제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종전의 유전 개발 계약은 고수할 계획임을 천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프랑스, 독일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들에게 수십억 달러 상당의 이라크 채권을 포기할 가능성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총리는 "우리는 (부채 탕감) 문제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최선의 방법은 오는 6월 프랑스에서 개최 예정인 파리클럽과 선진국 모임인 G8 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발언은 폴 월포위츠 미국방부 부장관이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3국이 전쟁을 거부한 결과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하며, 이라크의 채무를 없애주는 방법으로 전후 재건 과정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러시아에 대한 이라크 채무는 80억 달러 수준이고, 이자를 합치면 1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루크오일은 전후 탄생할 새로운 이라크 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종전 유전개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드미트리 돌고프 루크오일 대변인은 "루크오일의 국제 계약은 미국 로펌의 지원을 받아 국제법에 맞게 체결됐다. 기존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제사법재판소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루크오일은 지난 97년 이라크 에너지부 및 다른 2개 러시아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부 쿠르나-2 유전 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전체 지분 가운데 68.5%를 소유하고 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