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제이 가너 미 예비역 중장을 전후 이라크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임명한 미국의 계획이 아랍권으로부터 반발을 불러오면서 미군의 조기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아랍권의 주요 국가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시리아는 10일 한 목소리로 이라크 국민 스스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이라크 국민이 자유롭게 자신들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며 이라크에 진주한 미군을 지적, "이라크 국민의 정부 구성 작업이 "특정 외국이나 이라크 내 외국 군대에 의해 강요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시리아 외무부도 이날 "이라크 국민이 외세의 간섭 없이 자유롭고 신속하게 그들의 정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으며 바레인과 요르단에서도 유사한 성명이 발표됐다. 카이로 대학의 정치학과장인 하산 나파 교수는 "가너 예비역 중장은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의 과도정부 수반 임명은 미 행정부내 매파가 얻으려는 목표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관영 MENA 통신은 "가너 예비역 중장의 임명은 아랍권으로부터 의혹을 불러 오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이번 전쟁의 목적이 이라크 해방이 아니라 이스라엘보호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오는 12일 남부 나시리야에서 전후 이라크 정부구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라크 반체제 단체들의 회동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이라크 반체제단체들 상당수는 이번 회담이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과 같은 미 행정부와 가까운 반체제 인사들을 전후 이라크 정부에 임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참석거부 의사를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라크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미군의 이라크 정치 개입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미군의 조기철수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전날 시내 중심부의 후세인 대통령의 동상이 무너지는 것에 환호했던 바그다드시민들 중 상당수는 "미군이 우리를 해방시켜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켜줄 순순한 이라크 국민의 정부가 필요하다"며 "미군이 가능한 한 빨리 이라크를 떠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바그다드 시민은 "진정한 (이라크인의) 정부가 없으면 사람들은 서로 싸우게 될 것이고 결국 내전이 발발하게 될 것"이라며 미군의 빠른 철수를 주장했다. 한편 약탈과 무정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바그다드와 바스라시 지역 등의 일부 이라크인들은 미국이 이라크 정치에는 지나치게 간섭하면서도 정작 이라크 치안 유지에는 너무나 소홀하다며 "이것은 우리가 원하던 것이 아니다. 약탈과 무정부 상태는 우리의 행복을 앗아가 버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카이로 바그다드 AP AFP=연합뉴스)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