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확산으로 공포감이 감돌고 있는 홍콩에서는 만우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 어린이가 퍼뜨린 거짓말로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홍콩 시민들은 이날 홍콩 전역이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슈퍼마켓과 편의점으로 몰려들어 비상식량 사재기에 나서느라북새통을 이뤘다. 또 첵랍콕국제공항이 완전 폐쇄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국외탈출을 위한 항공권 구입 문의도 폭주했으며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투매하면서 증시가 한때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소동의 발단은 공립학교 3학년 학생(14)이 일간지 명보(明報) 홈페이지 디자인을 도용,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홍콩이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된다는 뉴스를 유포하면서 비롯됐다. 이 학생은 또 퉁치화(董建華) 홍콩 특구 행정장관이 괴질 확산에 책임을 지고장관직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하는 한편 항성지수가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허위뉴스를 게재했다. 소문이 확산되면서 사무실과 아파트마다 통화가 폭주하면서 시내통화가 마비됐으며 슈퍼마켓이 문을 닫고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지며 공항이 폐쇄된다는 소문들이 꼬리를 이었다. 몽콕(旺角) 슈퍼마켓에 쌀을 사러간 한 여성은 "1시간45분을 기다렸으나 식량을살 수가 없었다"면서 "일부는 새치기 하는 사람을 경찰에 신고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슈퍼마켓 체인점인 웰컴 대변인 다이앤 치우는 "손님들이 폭주해 250개 매장에대해 24시간 개장할 것으로 지시했다"면서 "쌀과 식용유, 국수 등이 거의 바닥이 났다"고 말했다. 찬풍푸춘(陳馮富珍) 홍콩 위생서 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진화에 나섰으나 시민들의 식량 사재기 소동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경찰 컴퓨터수사대는 인터넷 주소를 추적한 끝에 학생의 거주지를 확인하고 지난달 31일 밤 이 학생을 경찰로 연행해 조사를 벌였으나 16만원의 보석금을 받고 곧바로 석방했다. 홍콩 언론들은 "홍콩 정부는 홍콩 전역을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선포 권한을 갖고 있는 주체는 홍콩 정부가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라고 지적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