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붙잡혀 쿠바령 관타나모 미군 기지로 후송된 포로들의 처우와 법적 지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갈수록 증폭하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대부분 알 카에다 소속인 구금자들을 제네바협약에 따라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연합(EU)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스페인 등 서방 동맹국들을 비롯해 국제앰네스티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 인권단체까지 합세해 구금자들에 대한 전쟁포로지위 부여와 인권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포로들을 잘못 다룰 경우 아프간 전쟁을 통해 형성된 대(對)테러연대 전선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상실할 상황을 맞을 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내 시민단체들의 아프간 포로 관련 청원에 대한 심리에 들어간 미국 연방지법 판사는 22일 첫 심리 직후 미국이 포로들에 대해 재판권이 있는 지에관해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해 법원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제사회 논란 확산= 22일 현재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된 구금자는 모두 158명이다.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미군 C-141 수송기 편으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임시수용소에서 20-30명 단위로 이송됐고 칸다하르에는 218명이 남아있다. 이들 중에는 영국 출신 3명과 스웨덴, 덴마크 출신 각 1명 등 서방 국적자도 포함돼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들 구금자를 전쟁포로로 간주할 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현재 이들을 `불법적인 전투원'' 또는 `전장 구금자''로 부르고 있다. 미군 측은 아프간 북부 마자르 이 샤리프에서 발생한 폭동을 내세워 이들이 통상적인 포로와는 달리 위협적인 구금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영국 출신 구금자 3명도 처우에 불만이 없다며 의회와 시민단체가 제기한 인권침해 논란을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나 미국의 최대 우방인영국도 자국 출신 구금자들이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혐의로 기소된다면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벤 브래드쇼 영국 외무부 대변인이 말했다. 크리스 패튼 EU 대외관계 집행위원은 "아프간에서 이송한 포로들을 잘못 다루거나 그들이 사형에 처해지도록 내버려둔다면 대 테러전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도적적 기반을 상실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독일 정부가 관타나모 구금자들의 전쟁포로 지위부여와 관련해 미국측에 제안을 하고 있다면서 국제 대 테러전선에서 기본적인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스웨덴과 덴마크, 스페인 외무부도 각각 성명을 내고 미국 측의 제네바 협정 준수를 촉구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도 "미국은 그 동안 수감자 인권문제를 다른 나라들에 대한 선전 목적으로 이용해 왔으나 막상 자기들 차례가 되자 내놓고 수감자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이라크 언론이 보도했다. 관타나모 기지 수용실태 조사에 나선 ICRC 실사팀은 미군이 ICRC측에서 권고한이행사항을 준수하고 있는 것 같다고 22일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미군 측에 인권상황 조사를 위한 방문 허가를 요청했다. ◇미국 법원의 포로 처우 심리= 미국 연방법원의 A.하워드 마츠 판사는 램지 클라크 전 법무장관을 포함한 시민인권단체들이 제기한 청원에 대해 22일 약 20분간 첫 심리를 진행한 뒤 "쿠바에 수용된 100명이 넘는 수감자들에 대해 재판관할권이 있는 지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츠 판사는 포로들의 신원과 수감 이유 확인과 민간법정 재판을 허용해 달라는 인권단체들의 청원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는 대신 미국 정부 측 변호인들에게 오는 31일까지 청원을 각하할 주장을 뒷받침할 기록을 제출하라고 명했다. 마츠 판사는 기록을 검토한 뒤 다음달 14일 다시 심리를 열기로 했다. 마츠 판사는 이날 심리 도중 "이 문제는 우리 법 체계와 효율성 등의 측면에서 매우 함축적이고 중대하다"고 말했다. 마츠 판사는 청원을 심리하는 동안 연방정부에 구금자 이송을 금지하도록 해달라는 청원자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타나모 기지 런던 파리 로스앤젤레스 AP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