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관리들이 미국 에너지업체인 유노칼의 본사가 있는 텍사스를 방문, 아프간을 가로질러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건설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이 있는 아프간에 크루즈미사일 공격을 가한 직후인 98년 폐기됐다. 이에 따라 일부 분석가들은 미국의 이번 아프간 공격의 숨은 목표 가운데 하나가 파이프라인 건설계획을 되살려 미국 업체가 중앙아시아에서 생산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던디대학 석유정책과 경제학 교수인 폴 스티븐스는 파키스탄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대해 논의된 것이 있지만 최근의 테러사태와 관계없이 정치적, 경제적인 문제와 안정성의 문제 때문에 이미 폐기됐다면서 중앙아시아의 석유 때문에 이번 전쟁을 일어났다는 주장은 달에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보다 비현실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록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아프간의 파이프라인은 아니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의 석유가 이번 전쟁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보이고 있다고 영국의 BBC가 8일 전했다. 사우디는 국제시장에서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그 어느 나라보다도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만의 하나 사우디의 안보가 위협받게 된다면 진짜위기상황이 될 수 있다. 사우디에서는 빈 라덴이 대미항전을 주장하며 내세운 명분에 공감하고 미국의 아프간 공격을 비난하는 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고 있어 불안감을 주고 있다. 9.11 테러 이전에도 조지 W.부시 행정부의 우려대상이었던 에너지 안보문제가 테러 이후 더욱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전략비축유를 늘리거나 알래스카 원유채굴 등의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방안이 실행에 옮겨진다 해도 미국 전체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수입 원유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국제에너지연구센터의 리오 드롤레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계의 50%에 달하는 사우디의 추가 원유생산능력"이라면서 만약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에 나선다면 사우디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 우려 때문에 사우디가 과거에 빈 라덴에게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묵인했다는 군과 정보기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에 대해 매우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래리 존슨은 "석유가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셈"이라면서 정책을 수립할 때 우선 경제적인 고려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인해 미국과 서방진영은 재생가능한 에너지나 대체연료의 사용량을 늘려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하겠지만 불행히도 이런 노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비관론자들은 사우디의 정정불안으로 원유공급이 차질을 빚는 사태에 대비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 행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한 군부 인사는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유전지대를 확보하기 위해 파병할 준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