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감축협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으나 다음주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 고위관리들이 7일 밝혔다. 이들은 양국 정상이 장거리 핵무기를 같은 수준으로 감축하려하기 보다는 현재 각각 6천여기 수준인 보유 핵무기를 줄이되 양국이 차등 감축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관리들은 앞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핵무기 감축에 대한 양측의 이견이 상당부문 해소된 상태지만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양국 정상의 몫이라면서 협상이 마무리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 감축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 91년 만들어진 전략무기감축협정의 일부 내용이 새 협정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핵무기 감축에 대한 결정을 이미 내렸으며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 보유 한도가 과거 러시아와 협상에서 논의된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구체적인 감축규모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때까지는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공격용 무기를 감축할 것이라면서 핵무기 감축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러시아와 새로 군축협정을 맺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무기 감축규모와 관련, 러시아는 2천기 수준으로 일괄 감축하자는 입장을 보였으나 미국은 1천750기에서 2천250기 수준까지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미사일방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생각이라면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협정처리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흥미있는 제안을 내놓는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ABM 협정에 위배된 미국의 무기실험은 군축협정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미사일방어 계획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최근 들어 협정탈퇴는 미국의 권리라는 말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렸다. (워싱턴.도쿄 AP.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