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국가적 자존심까지 걸린 첨예한 대치 상태로 돌입한 가운데 미국의 최고위급 관리가 일본 정부의 태도에 이의를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24일 워싱턴을 방문한 정몽준 의원(무소속)과단독으로 만나 "과거사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는'(unacceptable) 행태로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고 정 의원이 전했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이어 "교과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 3국 공조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이 밝혔다. 아미티지 부장관의 발언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차관보가 최근 유재건(민주), 박원홍(한나라) 의원 등 한미외교협의회 의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한국의 판단에 공감한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으로 교과서 문제에 관한 미국 정부의 시각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미티지 장관은 또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상해를 방문한 것처럼 한국과 외부 세계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서울 답방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북미 관계의 진전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식량 등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정 의원은 말했다. 한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에 앞서 정 의원과 역시 단독 요담을 갖고 "남북이 재래식 무기 감축으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이 문제에 관해 한미 양국간 협의가 필요하며 북한과도 대화할 것"이라며 재래식 위협 감축을 대북 협상 의제에 포함시키기로 한 방침을 거듭 밝혔다. 월포위츠 부장관은 88올림픽 때와는 달리 남북 관계와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가 크게 달라졌으나 국제 테러 등에 대한 위협은 여전한 만큼 2002년 월드컵이 안전하게 치러지도록 미국이 적절한 조치와 지원을 할것을 다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