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고있다.

일부 극단론자들은 지난 30년대 이후 60여년 만에 또 하나의 거대한 공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를 발하고있다.

위기는 동아시아 등 시장경제 주변부(개도국)에서 이미 발생했고 일본 중국
동유럽 러시아 남미 중동 등을 흔든 다음에 시장경제 심장부인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는 수순을 밟아 갈 것이라는 둠스데이(Doomsday.종말) 시나리오로
구체화되고 있다.

비관적 전문가들은 미국경제도 상당한 버블형성 과정에 있고 국제원자재
시장도 폭락세를 보이는등 자칫 "글로벌 딥 임팩트"(Deep Impact)가 올 수도
있다는 경고를 내고있다.

세계 각권역별 금융시장 혼란상을 긴급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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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동남아가 위기 탈출구를 찾지못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으로까지
급속히 번지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까지 흔들리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절하압력은 이 지역 경제의 또다른 위협요소이다.

아시아 금융혼란의 주요인은 무엇보다 일본 엔화가치의 하락이다.

더욱이 일본은 지금 디플레에 대한 우려로 가득차 있다.

기업의 수익감소-투자감소-고용감소-경기후퇴로 이어지는 복합 디플레
양상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정치불안도 아시아 경제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 사임이후에도 정국의 불안한 양상이 계속되고 있어
주변국의 경제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다 동남아 각국 경제의 취약성이 곳곳에서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던 홍콩과 싱가포르의 통화및 주가도 이달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등 인근국가 금융시장 동요에 따른 연쇄작용에다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발표된 태국 베트남 등의 경제성장률도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남미지역 =아시아가 제2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중남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경제가 추락 일보직전으로 내몰리면서 중남미 금융
시장에도 적색신호가 켜졌다.

특히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등지의 통화와 주가는 이번주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브라질 증시는 지난 25일 2.2%나 하락한데 이어 26일에는 5.8%나 떨어져
본격적인 폭락을 예고했다.

브라질 정부가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데도 올상반기 재정적자가 지난해보다
6.5% 늘어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하락폭은 더욱 커졌다.

이 불길은 바로 외환시장으로 번졌다.

브라질 레알화는 이날 장중 한때 달러당 1.1540로 전날에 비해 0.2%
떨어졌다.

또 브라질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결정이 연기되면서 이날로 예정된 국채매각은
입찰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브라질 금융시장의 혼조는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시장으로 즉시 파급됐다.

이날 멕시코 증시에서는 대표지수인 IPC가 2.5% 하락한 4천4백99.94를
기록했고 달러에 대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1.6% 떨어졌다.

또 아르헨티나 증시는 4.9%나 미끄러져 이달들어 15%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같은 혼란상은 아시아위기에 놀란 북미와 유럽의 투자자들이 중남미에도
의혹의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서 더욱 주목받고있다.

당초 중남미 국가들도 경상수지악화, 국제자본유입 감소, 성장률 둔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은 됐었다.

그러나 최근 사태는 "중남미도 믿을수 없다"는 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남미 외환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달러포지션을 최근 급격히 늘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러시아.동유럽 =해외 투자가들의 자금이탈로 초래된 주가.채권.통화의
동반 대폭락 사태는 브레이크가 풀린채 벼랑끝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7일 재할인금리를 종전의 50%에서 1백50%로 인상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러시아가 이처럼 금리를 한꺼번에 3배나 올린것은 연일 폭락세를 보이는

그러나 이같은 처방으로 러시아의 금융불안이 잠재워질 것이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현재의 사태는 러시아 공화국 출범이후 만성적으로 쌓여온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됐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국 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동아시아 경제 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위기를
가중시켰다.

원유 등 원자재 수출부진으로 국가수입도 대폭 줄어들었다.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효력을
보지 못한채 외환보유고만 낭비했다.

현재로선 초긴축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자 체불임금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면서 생활고가 가중되자 이에
반발한 탄광및 철로 노동자들의 시위가 극렬한 상황이다.

지난해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독립국가연합과 동유럽 지역도 러시아 사태를 숨죽인채 지켜보고 있다.

정치.경제 종주국인 러시아가 휘청댈 경우 그 여파는 동유럽 전체로
번져나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 금융위기의 파괴력은 이지역 경제전체를 뒤흔들 핵폭탄급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