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강타했던 국가부도설이 인도네시아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28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지난 25일 새벽 1백억달러의 긴급자금지원으로
한국이 한 숨 돌린 반면 인도네시아가 국가부도설에 휘말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부도설을 증폭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외채규모.

엥도수에즈 증권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채 규모는 2천억
달러가 넘는다.

정부 공식 발표치 1천1백70억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다.

물론 마리 모하메드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최근 엥도수에즈 보고서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계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발표한 외채규모에
대한 불신감을 완전히 씻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개혁의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금융시장개방 등 경제개혁을 과감히 수용, 1백억달러의 긴급지원을
받아낸 것과 대조적으로 수하르토정부는 경제개혁에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수하르토정부는 지난 10월 3백70억달러의 IMF구제금융을 지원받을 당시
약속했던 경제개혁을 이행하기는 커녕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구제금융지원 직후 수하르토대통령 자신이 폐쇄시켰던 아들 소유
은행의 영업을 최근 재개키로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수하르토정부가 IMF측과 약속한 경제개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추가자금지원은 자연 중단되고 이 경우 인도네시아는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게 국제금융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 런던 = 이성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