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웃고, 국내에선 울고"

일본 자동차업계의 명암이 뚜렷이 교차되고 있다.

해외 판매량은 매달 기록경신이 바쁠 정도인데 반해 정작 "홈 그라운드"인
국내에서는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해외판매는 올들어 매달 두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보였다.

주요 요인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약세.

여기에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의 뚜렷한 경제 회복세도 수요
창출의 커다란 계기가 됐다.

혼다자동차의 지난 8월까지의 수출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무려 1백49%나 증가했다.

도요타와 닛산 마쓰다자동차도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7.9%, 29.3%, 63%
늘어났다.

일본 현지업계는 올해 자동차수출 성장률이 사상 최고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이 이처럼 크게 늘어나다보니 일부 업체는 과도한 흑자가 무역분쟁의
소지를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아래 오히려 해외 판매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수출의 증가세와는 달리 내수시장은 심각한 정체상태에 빠져있다.

올들어 지난 3월부터 내수판매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로 내려선
이래 상황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전년같은 기간보다 무려 10%이상 줄어들었다.

이같은 내수정체의 직접적인 원인은 올들어 크게 인상된 자동차세
때문이다.

각종 세금인상으로 구입부담을 피부로 느낀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얼어
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수정체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의 명암이 엇갈림에 따라 각 업체들은 생산량조절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 모델은 이미 동이 났지만 그렇다고 생산량을 하루아침에 늘릴 수
없는 형편이다.

반면 내수 모델은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요즘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