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아키텍처(건축)"가 신종 마케팅전략으로 등장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브랜드이미지 강화 수단으로 "밋밋한" 입간판 대신
"화려한"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다.

이로써 미디어광고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드는데 대성공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의 선두주자는 미국 코카콜라.

애틀란타시 본사 근처의 한 고층빌딩 옥상에 "스카이필드"라는 광고전시장
을 최근 개설, 관람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스카이필드의 중심에 설치된 조형물은 높이 12m의 초대형 콜라병.

무려 5천8백개의 야구공과 1천개의 야구방망이 등 야구용품으로 장식됐다.

이 병은 애틀란타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팀 브레이브스가 경기에서 홈런을
칠때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불꽃을 뿜어낸다.

그 주변에는 콜라병 모양을 본떠 만든 의자 등 각종 조형물들이 정연하게
배치됐다.

코카콜라는 또 브레이브스구단과 수백만달러상당의 계약을 체결, 전용구장에
야구와 코카콜라를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관람객들이 조형물을 감상하면서 그 속의 코카콜라 브랜드를 보도록 한
것이다.

디즈니사는 이달들어 올랜도에 있는 테마파크 디즈니월드에 장식미를 한껏
살린 테마쇼핑몰을 개장했다.

초대형 파인애플과 화려한 보석 등으로 몰 내부를 치장, 디즈니가 추구하는
"환상적인 세계"를 연출한다.

쇼핑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쇼핑몰을 샅샅이 살펴본다고.

미국 흥행업계에 진출한 소니사도 비슷한 전략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6월 미시간주 사우스필드에 4천만달러를 투자한 최신식 영화관을
개관한 것.

이 영화관의 외관은 웬만한 오페라극장을 능가할 정도의 초현대적인
세련미를 자랑한다.

입구 상단부에는 소니로고와 함께 큼지막한 팝콘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극장의 입장료는 주변 극장(5.5달러)보다 비싼 7달러지만 관람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현지 주민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에서 온 원정객들이 쇄도하기 때문.

"영화구경"의 목적은 흥분과 스릴을 맛보는 것인데 관람객들은 스크린을
보기 앞서 극장외관에서 이미 절빤쯤 목적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부 호텔이나 동물원 등에도 테마조형물 설치 바람이 번져가고
있다.

고객들이 자주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완성도 높은 조형물이나
장식물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거리에 세워진 입간판 광고는 머지않아 설 땅을 잃을 전망
이다.

< 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