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화 폭락으로 태국경제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른채 연일 급등세다.

실업자도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

상품판매부진으로 재고는 쌓이기만 한다.

경제성장률이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출증대도 98년이후에나 기대할 일이다.

경기침체에 인플레이션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램차방 항구.

관광도시인 파타야 인근에 있는 태국 최대의 컨테이너 항이다.

이곳 야적장에는 벤츠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난 10여년간 연평균 8%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한 태국에서 벤츠는
고속성장의 상징물이었으나 이제는 고급 외제차가 팔리지 않는다.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방콕시내로 들어오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도깨비
도시"가 널려 있다.

낮에 보면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으나 밤에는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분양되지 않은 주택들이 늘어가고 있는 탓이다.

방콕시내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고층 빌딩중에 1~2년전부터 공사가
중단된 건물도 늘어가고 있다.

타이라스(태국 최대 일간지) 방콕포스트(영자지) 등 태국 언론들은 날마다
가격인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이미 5% 가량 오른 기름값이 추가로 인상될 것이고 컴퓨터 등 완제품
수입품 가격은 15~30% 뛰었다.

대한항공 타이항공 등은 서울~방콕간 항공료를 1만4천5백바트에서
1만5천5백바트로 인상하는 등 가격조정에 들어갔다.

상무부의 강력한 가격통제를 받고 있는 72개 생필품값은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으나 7월중에 모두 인상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라마4거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원셔(41)는 "챠랄릿수상은 지난
2일 바트화를 평가절하하기 3일전에도 변동환율제를 강하게 부인했다"며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킬 것으로 믿는 방콕 시민은 한명도 없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올란 시암 은행장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물가상승은 노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태국노사는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내년도 임금인상폭을 놓고 크게
대립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만큼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5%이내를 고수하는 경영층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난 95년 1.7%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2.0%로 높아진 뒤 현재는 3~4%대에
이르고 있다.

버블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단자회사와 건설업체들이 대규모 해고에 나서고
있다.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태국기업들은 엄청난 환차손으로 투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파타연구소(PCI)는 태국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대외 부채 3백20억달러중
1백30억달러를 헤지하지 않아 약 26억달러(약 1조9천억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수감소에 직면한 태국정부도 도로건설 등을 연기하고 있다.

내년예산도 7백억~8백억바트 가량 삭감할 방침이다.

태국은 올해 0~1% 성장에 그쳐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DRI(태국개발연구원)나 BOT(중앙은행) 등 정부쪽에선 4~5% 정도로 높혀
잡고 있으나 민간 경제연수에선 1%에도 못끼칠 것이란 견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쟈딘플레밍증권 등 일부 기관에선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기도 한다.

[방콕=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