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업체인 미 제너럴모터스(GM)가 오랫동안 등한시 해온
"브랜드차별화" 전략을 적극 시행키로 경영방침을 선회,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원가절감에 힘입어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둔 GM은 올해부터 브랜드
차별화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다질 작정이다.

이 전략은 취향이 점차 세분화되는 고객층에 즉각 어필하도록 브랜드별
차종 개발과 판매홍보를 강화한다는 것.

GM이 지난달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출품한 주요브랜드별 신형차들은 이같은
전략을 뚜렷이 드러냈다.

"폰티악"브랜드의 신형차는 흥미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설정,
앞부분이 공격적으로 돌출된 모양새를 과시했다.

반면 보수적인 중산층을 겨냥한 "뷰익"브랜드의 신형차는 전면이 수수한
모양으로 설계됐고 "쉐버레이"는 초보자에 맞도록 기본형에 충실했다.

GM은 이같은 차종별 컨셉트를 앞으로 제작할 모든 신차종에 적용키로 했다.

GM이 비록 지난해 69억달러의 순익을 거뒀지만 미국의 자동차 시장점유율
면에서는 10년전의 2분의1에서 지난해 3분의 1로 줄어든 것도 브랜드차별에
실패한 것이 부분적인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보수적인 취향의 소비자를 겨냥해 온 "올스모빌"과 "뷰익"의 경우
컨셉트 차별화에 완전히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올스모빌은 지난 84년 판매규모가 100만대에서 10년후 42만
4,000대로 격감했고 뷰익은 같은 기간중 40% 감소한 54만5,000대 수준에
그쳤다.

이 기간중 GM의 경영진이 타회사와의 경쟁보다 그룹내 각부문들간의 경쟁에
급급, 브랜드차별을 무시해온 결과다.

특히 일부는 타깃을 넓게 잡을수록 판매가 증가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과가 반대로 나타나자 GM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잊혀졌던 브랜드
차별화를 도입키로 한 것.

최근 선보인 신차종의 개발단계에 이미 이 전략을 부분 적용했고 판매부문
에서도 지난해말 서비스 마케팅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 북미지역
총책으로 임명했다.

업계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늦었지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환영
하면서도 시장조사 잘못으로 타깃설정이 부정확할 경우 오히려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뷰익과 올스모빌의 경우 이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GM은 이를 의식, 올스모빌은 보수층중에서도 유럽과 일본차들을 선호하는
젊은층을, 뷰익은 중장년층을 각각 타깃으로 명확히 분리했다.

그리고 양 브랜드가 자동차의 설계부터 판매단계까지 각자의 소구대상을
철저히 준수해 마케팅에 임할 것이라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GM은 또 원가절감을 위해 브랜드별로 다른 디자인의 차량에 동일부품과
공동생산라인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그룹은 이 분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다만 공동생산라인작업으로 원가절감이란 결실을 거두기까지는 적어도
한 세대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방침도 서있다.

브랜드차별화의 성공여부는 브랜드별 판매딜러망을 적절하게 재정비하는
데서 판가름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내에 자동차판매딜러들이 너무 많아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데다 한
딜러가 타사 자동차와 GM의 모든 차종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 브랜드차별화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GM은 앞으로 10년간 8,500개의 딜러들중
4분의1정도를 폐쇄하고 이들도 가능한한 한 대리점에서 1개 브랜드만을
취급토록 권장해 나갈 계획이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