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최근 마쓰시타전기산업과 일본 최대 물류업체인 다이에가
31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키로 함에 따라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두회사는 지난 11일 나카우치 이사오 다이에사장과 마쓰시타 마사하루
마쓰시타전기산업회장이 전격 회동, 이같은 합의에 도달했다.

이로써 계열사인 충실옥 계열 34개점포에서만 마쓰시타제품을 취급해온
다이에는 내년 3월부터 자사의 종합슈퍼(GMS) 245개체인에서 마쓰시타제품
을 판매하게 됐다.

2만3,000여개점포로 일본최대의 가전제품 계열점을 거느리고 있는 마쓰시타
는 국내 매출의 58%를 이 계열점에 의존해 왔으나 디스카운트스토어 GMS
등의 저가격공세로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태.

결국 고도성장기에 매출확대의 첨병이었던 계열점이 지금에는 판촉비만
많이 들어가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것이다.

따라서 마쓰시타가 다이에와 손을 잡은 데는 일본최대의 물류판매망을
거느린데다 가전제품소매업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다이에에 대량납품
을 통해 판촉비및 물류비를 줄이려는 의도가 있다.

다이에측이 얻게될 소득도 만만치 않다.

올들어 카테고리 킬러(직거래로 철저한 할인판매를 특징으로 하는 거대
전문판매점)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겨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했던 다이에는
가전부문의 지원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다수의 현금도매상으로부터 물건을 납품받았던 다이에는 마쓰시타
와의 정규거래를 통해 대량의 물건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물건 끌어오는데
드는 각종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주거래업체인 산요전기 미쓰비시전기 샤프 등에 대한 발언권도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화해가 즉시 매장의 활성화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마쓰시타제품은 희망소매가격이 높은데다 최근 수년간 변변한 히트상품도
없다.

또 마쓰시타와 다이에측이 가격문제를 얼마나 순조롭게 타협해 갈수 있는
가도 과제가 된다.

지난 64년 두회사가 등을 돌렸던 이유도 다이에의 저가판매에 대해
마쓰시타전기가 출하거부를 선언한데서 출발했다.

마쓰시타측은 이렇게 말한다.

"판매가의 결정권은 소매점에 있다. 최종적으로는 소비자가 시장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 김지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