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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인터뷰

AI서버 내 엔비디아 GPU 비중 80% 달해
HBM 상대적으로 비중 낮아…탑재 용량 제한까지

삼전·하이닉스, 당장 엔비디아처럼 돈 벌긴 힘든 구조
엔비디아발 훈풍 단기적인 이슈에 끝날 수도…D램값 여전히 바닥
[마켓PRO]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 따라갈까?…"단기간 실적 개선 어렵다"
"최근 엔비디아발 훈풍에 반도체 관련주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죠, 그렇다고 국내 반도체주들이 당장 엔비디아처럼 실적이 대폭 늘진 않을 듯합니다."

반도체 섹터를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A씨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이 미국 엔비디아처럼 조만간 큰 폭으로 개선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에는 AI 연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데, AI서버 내 GPU 원가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HBM 용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정보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용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HBM 시장을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AI 서버엔 엔비디아가 만든 GPU와 함께 고성능·고용량 D램인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H100은 A100의 뒤를 잇는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GPU다. 이번에 H100을 선보이면서 기존 제품보다 성능과 가격도 3배가량 높였다. H100을 탑재한 AI서버의 가격은 24만3000달러(2억8000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기존 A100을 탑재한 AI서버보다 3배가량 비싼 수준이다.

최근 시장에선 AI서버 운영에 H100이 가장 기술력이 집약됐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H100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A씨는 엔비디아가 AI서버에서 HBM 용량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GPU 성능은 기존보다 3배가량 높였음에도 함께 탑재되는 HBM 용량은 그대로 뒀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HBM이 많을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주 물량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는 엔비디아 H100 탑재된 AI서버 판매량에 따라 HBM 생산 기업들의 실적이 일부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성장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A씨는 "HBM 가격이 엔비디아의 H100처럼 3배가량 높아지거나 탑재 용량이 커진 것도 아니다"면서 "엔비디아 실적이 대폭 늘어나더라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HBM 생산 기업들의 실적은 예상보다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엔비디아의 GPU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는데, AI 서버에서 GPU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80%에 달한다"면서 "상대적으로 AI 서버 내 원가 비중이 낮은 HBM을 생산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엔 당장 큰 이익을 가져다주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최신 GPU 물량을 수주하는 것도 숙제라고 말한다. A씨는 "스스로 칩을 생산하고 있지 않은 팹리스(설계 전문회사)인 엔비디아는 제조의 대부분을 대만의 TSMC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특히 최신 주력 GPU를 출시할 때마다 TSMC 미세 공정을 활용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챗GPT용 GPU로 불리는 엔비디아의 A100, H100는 모두 TSMC에서 생산하고 있다. TSMC 매출의 10% 정도는 엔비디아로부터 나온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AI용 반도체 시장이 커지는 것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봤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기술이 나오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AI반도체나 HBM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씨는 "연초 챗GPT에서 비롯된 AI 돌풍이 실질적인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엔 긍정적인 소식으로, 이 과정에서 HBM 수요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D램 가격이 아직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났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엔비디아 훈풍이 국내 반도체 기업엔 단기적인 이슈에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