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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어닝 쇼크’ 이후 유가증권시장 내 개인 순매수 규모 4위
“리뉴얼 점포 성과 반영될 하반기부터 실적 회복”
“침체 및 비용 효율화 때문에 할인점 외형 성장 어려울 것”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새로 단장한 정육 판매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천시 연수구 이마트 연수점을 찾아 새로 단장한 정육 판매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대에 한참 못 미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추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이후 기술적인 되돌림조차 나타나지 않고 주가는 횡보하고 있습니다. 국내 주요 식품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가장 막강한 바잉파워를 행사한다는 이마트 이야기입니다.

증권가에선 하반기부터 이마트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반면 실적 회복의 배경이 경쟁력 회복이 아니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어닝 쇼크’로 급락했지만…개인은 637억원어치 쓸어담아

우선 1분기 실적부터 살펴보죠. 이마트는 연결 기준으로 매출 7조1354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의 1분기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실적발표 직전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컨센서스는 매출 7조2405억원, 영업이익 737억원이었습니다. 매출은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기대치보다 81.40% 적었습니다.

할인점 부문은 리뉴얼 중인 매장의 매출 공백과 소비심리 악화, 고정비 성격의 수도광열비 부담 증가 등이 수익성을 갉아먹었습니다.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계열사 SCK컴퍼니 역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원두 구매 비용 증가로 부진한 실적을 내놨습니다. 그나마 SSG닷컴과 G마켓 등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적자 축소 추세가 유지된 점이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마트 주가는 실적발표 당일인 지난 11일엔 8.98% 급락했고, 이튿날에도 4.32%가 더 빠졌습니다. 급락 이후 기술적 되돌림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24일까지 눈에 띄는 반등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24일 종가는 8만7500원으로, 실적발표 이후 저점인 8만6000원 대비 1.74%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마켓PRO] 개인이 '줍줍' 이마트…증권가 전망은 갈려
주가가 급락하는 동안 개인투자자가 이마트 주식을 쓸어 담았습니다. 지난 11~24일 개인은 이마트 주식을 637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종목 중 그 규모가 네 번째로 큽니다. 급락세를 보인 이틀동안 586억원어치를 받아낸 뒤에도 매수를 이어간 겁니다.

‘어닝 쇼크’를 계기로 주가가 작년 10월의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자 개인이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트의 역사적 최저가는 작년 10월26일의 8만2500원으로, 최근 저점인 지난 12일 종가(8만6300원)와 차이가 5%도 안 됩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주식시장이 무너진 2020년 3월19일의 장중 저가(9만7300원)도 지금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지표도 저평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작년 연간 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2.37배로, 동종업종 PER(10.44배)를 한참 밑돕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1배에 불과하고요.

리뉴얼 효과 및 비용 효율화로 하반기엔 실적 회복 가능성

이마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베팅이 적중하려면 이마트 실적이 개선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마트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6억원 적자로, 더 악화될 전망입니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마트의 2분기 실적 추정치를 제시한 12개 증권사 중 영업이익 흑자를 점친 곳은 한화투자증권(86억원), 교보증권(30억원), 삼성증권(150억원) 등 세 곳뿐입니다.

대신 하반기엔 이마트의 실적이 회복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우선 1분기 할인점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꼽힌 점포 리뉴얼을 마친 매장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30일 리뉴얼을 마치고 다시 개장한 이마트 연수점의 경우 재개장 이후 한달 동안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8%, 방문객수는 23% 증가했다고 합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이마트는 16개 매장을 리뉴얼할 계획으로, 연말에는 전체 할인점 중 37%가 리뉴얼한 점포가 된다”며 “리뉴얼한 점포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하반기에는 할인점 부문의 안정적인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2분기부터는 수익성 개선도 점쳐집니다. 지난달부터 오프라인 점포의 영업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11시에서 오후 10시로 당긴 데 따라 판매관리비에 들어가는 인건비와 에너지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판매관리비를 빼기 전에 계산되는 매출총이익을 매출과 비교한 매출총이익률은 작년부터 개선돼왔다고 합니다. 할인점 업체들 사이의 경쟁 강도가 완화돼 프로모션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별도 기준 매출총이익률은 작년 내내 상승했지만, 인건비와 지급수수료 등 판관비가 늘어나며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부진하다가 3분기를 기점으로 증가로 전환했다”며 이마트의 하반기 실적회복론에 힘을 보탰습니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와중에 유통업체 외형 성장을 점치는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의 분석도 눈길을 끕니다. 그는 이마트의 하반기 실적 추정치를 상향조정하며 “향후 외식 수요가 위축되고 내식 수요가 증가할 전망으로, 유통업 매출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마켓PRO] 개인이 '줍줍' 이마트…증권가 전망은 갈려

“할인점 외형 성장 어려워…스타벅스·G마켓 성과도 부진”

반면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과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 할인점 부문의 외형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내식 수요 증가보다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 자체에 더 초점을 맞춘 겁니다.

이에 더해 비용 효율화를 명목으로 피킹&패킹(PP)센터의 비중을 축소하는 점도 외형 성장을 가로막을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남성현 연구원은 “일시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외형 성장을 위한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할인점의 외형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팬더멘털 회복도 어렵다는 게 서 연구원의 판단입니다. 그는 “(스타벅스와 G마켓 인수에 따른) 분기별 400억원의 기업인수가격배분(PPA상각비), 이자비용, 임차료 등 구조적인 비용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결국 고정비 부담이 큰 할인점의 외형성장이 제고돼야 영업레버리지 효과로 추세적 이익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남 연구원은 이마트가 인수한 SCK컴퍼니와 G마켓에 대해서도 박하게 평가합니다. 1분기 스타벅스 부진을 일시적인 원가율 상승 때문이며, G마켓 적자폭 축소 추세가 긍정적이라는 상당수 애널리스트의 평가와 상반됩니다.

남 연구원은 SCK컴퍼니와 G마켓에 대해 “현 시점까지 성적표는 부진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SCK컴퍼니의 경우 공격적인 점포망 확대에 따라 고정비가 증가하고 있고, 글로벌 원재료 소싱 의존도가 높아 환율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마트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8만원으로 각각 제시했습니다. 사실상 매도의견을 낸 겁니다.

서현정 연구원은 남 연구원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만 기존 14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내렸습니다. 컨센서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