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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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 "동면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편다", "목표가 6780원"

최근 서울대학교 투자연구회 '스믹(SMIC)'이 글로벌텍스프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여의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스믹은 워낙 유명한 투자 동아리죠. 한국 최초의 주식 투자 대학 동아리로 26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강성부 KCGI 대표, 황성환 타임폴리오운용 대표 등 한국 금융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이들 모두 스믹 출신이죠.

스믹은 꾸준히 종목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왔습니다. 최근 내놓은 건 글로벌텍스프리입니다. 웬만한 제도권 증권사 보고서보다 자세하고 내용이 깊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증권가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글로벌텍스프리 관계자는 보고서를 보고 "풍부한 내용에 감동받았다"라고까지 했습니다.

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는 이렇습니다.
"코로나19의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2년간의 동면은 동사를 지치게 했지만, 언젠간 다시 찾아올 봄을 기대하며 내실을 다지고 어려움을 견뎌냈다. 봄에는 먹이가 풍부해지고 살이 오르듯, 동사의 고객 수는 폭증할 것이다. 증편될 항공기와 관광 수요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미 명동은 북적이고 있으며 로드샵들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회복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까지 더해진다면 화룡점정일 것이다. 게다가 억눌린 수요는 엄청난 보복 소비로 귀결, 동사의 매출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다.

중국인들의 저축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이들은 그 돈을 탕진할 준비가, 동사는 수금할 준비가 됐다. 동면을 취할 때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듯, 동사는 2년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겨울 동안 비용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인건비의 절약, 즉시 환급의 증가, 안정된 리베이트는 보다 쉽게, 에너지 소비 없이 먹이를 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자회사들에게도 봄이 찾아왔다. 프랑스 법인은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싱가포르 법인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목표주가로 6780원을 제시했다.
글로벌텍스프리는 외국인이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 뒤 돌려받는 세금 환급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수취해 먹고 사는 환급창구운영사업자입니다. 그러니 팬데믹 기간은 그야말로 암흑기였겠죠. 외국인 발길이 끊기면서 좀처럼 돈을 벌 수 없었을 테니까요.

회사의 시련은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2019년 598억원이었던 매출(연결 기준)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됐던 2020년 102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그해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고요,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영업적자는 지속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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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그간 억눌렸던 리오프닝의 수혜를 온몸으로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텍스프리는 매출 881억원, 영업이익 13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8.3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19.28% 오르는 등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현상변경 반대 발언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중 간 갈등에 그간의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습니다. 전날 종가는 3650원입니다.

여의도 제도권에서는 글로벌텍스프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주가 상승 모멘텀은 충분하다는 의견입니다. 관광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호재인데요.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019년 대비 국내 외국인 여행객 유입 회복률은 37%인 반면 글로벌텍스프리의 2019년 대비 매출 회복률(월평균)은 5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광객이 더 빠르게 유입되면 매출이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큰손'인 중국인 입국자 회복률이 5%, 매출 회복률이 17%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인의 1인당 세금 환급 수수료 매출액은 작년 말 기준 1만2234원, 중국인을 제외한 기타 외국인의 1인당 매출액은 3095원으로 4배가량 차이 납니다. 김 연구원은 "1인당 매출 규모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 중국인 관광객 유입 회복률이 70%만 넘겨도 2019년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는 팬데믹 기간 구조조정 및 임금 삭감, 환급창구 축소 등 수익 구조도 개선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91명으로 2019년 말 184명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즉시 환급(차감 결제)' 비중을 늘리면서 환급창구 수를 줄일 수 있었는데요. 환급창구 수가 줄면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게 됩니다. 즉 비용 효율화가 가능한 거죠. 즉시 환급 비중은 2019년 30%에서 최근 45%로 확대된 반면, 시내 환급 창구는 9개, 키오스크는 70개로 2019년 대비 28% 감소했습니다.

프랑스,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프랑스와 싱가포르 법인 두 곳에서만 올해 연감 매출 약 120억원, 영업이익 4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회사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호주 진출도 검토 중입니다. 명품 수요가 높은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 독일, 포르투갈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태국과 베트남은 정부(국세청)와 국영 은행에서 환급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인데 고비용인 만큼 민간 사업자에 맡겨 효율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당사도 협력사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건 정해진 건 없지만, 글로벌텍스프리가 아시아 기반으로 운영 중인 만큼 동남아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에서 입찰을 진행하면 참여할 것"이고 말했습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