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오픈 인터뷰
[마켓PRO] '급등한 로봇주 지금 투자해도 될까'…펀드매니저의 조언은?
연초 이후 로봇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은 지금이라도 투자해도 괜찮은지 여부다.

한경 마켓PRO는 이런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국내 유일 로봇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고 있는 정대호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사진)와 인터뷰를 나눴다. 정 매니저는 "고평가 영역에 진입한 종목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중소형 로봇주를 중심으로 고평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점 등 선별 기준을 공유했다. 정 매니저가 운용 중인 KODEX K-로봇액티브는 작년 11월 상장 이후 지난 16일 까지 19.95% 오르며 기초지수(1.95%)를 크게 웃돌고 있다.

▷자동화에 대한 필요성은 코로나19 시기 부각됐던 것 같은데 오히려 최근 주가 흐름은 더 좋은 양상입니다.
"자동화 수요가 리오프닝이 되면서 오히려 극대화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 고용지표가 굉장히 좋게 나오지 않습니까? 사람이 필요해서 채용하다 보니까 좋게 나온단 뜻입니다. 리오프닝 이후 사람을 고용해야하는데 사람은 부족하고 인건비는 올라가고…. 생산가능한 인력이 줄어들었다는 걸 사회가 깨닫고 자동화에 대한 니즈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해외에 비해 유독 국내 로봇주의 주가가 좋은 건 이유가 뭔가요?
"삼성전자가 연초에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를 하면서 '대기업들도 로봇에 진심이구나' 하고 투자자들이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보유 현금은 많은데 그동안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적극적이진 않았거든요. 그런 기업이 선뜻 로봇기업에 투자했다는 것 자체가 국내엔 의미가 컸던 것 같습니다."

▷챗GPT로 인해 로봇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고조된 것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실제 어떤 방향으로 로봇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나요?
"상용화 된 로봇들의 경우 주어진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들이 많습니다. 이미 입력이 된 명령들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사실 '1가구 1로봇 시대'가 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려면 로봇도 다양한 일들을 학습을 하고 한가지 기능이 아니라 멀티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가지 상황에 맞게 기능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되려면 장기적으로는 로봇이라는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이 탑재될 수 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챗GPT와 바로 연결이 되긴 어렵지만 인공지능이란 관점에서 보면 궁극적으로 로봇에 결합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여전히 적자이고, 다른 로봇주들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할 만한 수주나 증설 등이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유망하다고 볼 만한 숫자적 근거가 있습니까?
"2차전지의 경우 대규모 수주도 나오고 증설공시도 있고 하다 보니 주가 상승이 뒷받침이 되는 건데요. 그런 부분을 감안할 때 로봇주의 경우 기대감이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얘긴 부정하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우리네 일상 주변을 보면 서빙 로봇도 많고 로봇이 늘어나고 있단 증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 숫자로만 봐도 작년 기준으로 로봇기업 실적들을 보면 매출성장률은 상당히 좋습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만 해도 매출성장률이 작년 50% 이상이거든요. 로봇 기업들이 실적규모는 작아도 고성장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즉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죠."

▷일본은 산업용 로봇을 잘 만들고, 중국 업체들은 싼 로봇을 잘 만듭니다. 감속기 역시 일본의 하모닉드라이브가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이 한국 업체들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최근 로봇시장에서 뜨고 있는 분야는 협동·서비스 시장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산업용 로봇 1인자이긴 하지만 이쪽엔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 업체의 경우 가격경쟁력은 있는데 내구도나 커스터마이징이 약하고요. 한국 업체는 독보적으로 뛰어나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그 약점들을 파고들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감속기를 보면 하모닉드라이브도 훌륭하지만 일단 비싸고 제품을 받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입니다. 그런데 협동로봇의 경우 산업용 로봇보다는 정밀한 감속기까진 필요 없거든요. 충분히 한국 감속기 기업도 통하는 시장이 있단 거죠. 그리고 조금 더 장기적인 그림에서 본다고 하면 로봇도 '1가구 1로봇 시대'가 됐을 때를 감안하면 하나의 가전으로 분류할 수가 있거든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글로벌 가전업계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회사들이지 않습니까? 이쪽도 대량양산되는 로봇이 나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국내 로봇주 중에서도 모든 종목이 좋진 않을 겁니다. 매니저님만의 선별 기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소형 로봇업체만 보면, 우선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회사인지를 가장 중요한 선별 기준으로 봅니다. 그다음으론 회사에 경영진의 배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카이스트에서 휴머노이드 1호를 만든 분들이 창업한 기업이거든요. 어떤 레퍼런스를 갖고 있는가가 중요하단 거지요. 이밖엔 주요 주주가 누구인가, 어느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가, 지금 현재 개발하고 있는 제품들이 무엇인가 등을 눈여겨봅니다."

▷최근 삼성전자 투자 이슈도 있어서 로봇주들의 주가나 주가수익비율(PER)이 상당히 올라와있는 상태입니다. 매니저로선 시장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십니까?
"고평가 영역에 있는 회사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별종목을 투자할 경우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로봇 ETF를 운용할 때 포트폴리오에서 고평가 됐다고 생각하는 종목은 조금 줄이고, 신규상장하거나 과도하게 급락한 종목의 비중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로봇주의 경우 초기산업이라는 특징 등이 있어 전통적인 밸류에이션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어떤 기준으로 고평가임을 판별하십니까?
"상대적인 비교를 통해서 고평가 여부를 가늠합니다. 예를들어 비슷한 카테고리의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 중에 시가총액 차이가 크면 그중에 작은 종목들의 비중을 올리는 식이죠. 비교 업체에는 글로벌 동종업체 혹은 국내 비슷한 개발 업체들이 포함됩니다."

▷로봇주 투자에 있어 향후 가장 조심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초기 성장 산업이니 만큼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승자와 패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초기엔 많은 기업들이 등장하다가도 곧 사라지고 대장주 몇 개만 남게 되거든요. 그만큼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지는 건데요. 직접 투자를 한다면 회사에 대한 스터디를 충분히 하는 게 좋을 것 같고요. 그게 어려우시다면 매니저가 종목 선별도 해주고 리스크 관리도 가능한 ETF를 통해 투자 하는 것을 권합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