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해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채권은 ‘저쿠폰 장기국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엔 저쿠폰 장기국채와 함께 기업이 발행한 연 5%대 금리 회사채에 동시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 유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고채+고금리 회사채…바벨전략 유망"

“삼성증권에만 11조원 순유입”

30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채권을 가장 많이 판매한 삼성증권 고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개인이 가장 많이 매입한 채권은 2039년 9월 만기에 표면금리 연 1.125%인 국고채였다. 시세차익에는 세금이 없고, 표면 금리에 붙은 이자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15.4%)을 내면 되는 채권이다. 올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몰린 결과다. 이 채권을 포함해 총 1조7000억원어치의 국고채가 삼성증권을 통해서만 판매됐다. 이어 한국전력 공사채, 현대캐피탈 여전채, 미국 국채 등도 개인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 증권사에 순유입된 고객 자산 규모는 11조원에 달했다. 이 중 84.8%(7조8000억원)는 다른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에서 유입됐다. 지난해부터 예금금리가 급등해 증시에서 은행권으로 대대적인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났지만 증권사에도 채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유동성이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올해부터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으로 돈을 옮기는 투자자가 급증한 덕이다.

삼성증권을 통한 개인투자자의 A등급 이상 채권 투자액은 지난해 약 17조2000억원으로 전년(11조원) 대비 56% 급증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장외 채권 상품 수(965개)를 전년 대비 76.7% 늘렸다. AA등급 이상 우량 채권의 평균 금리(지난해 말 기준 5.2%)는 전년 대비 1.8%포인트 높아졌다.

“채권도 바벨 전략 유효”

올 들어서도 채권 투자 열풍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들어서도 이날까지 1조6000억원어치 채권을 판매했다.

올해는 고금리 채권과 저금리 채권을 함께 바구니에 담는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상반기 A등급 이상 우량 기업의 5%대 회사채가 보이면 매수하라는 조언이다. 정연규 삼성증권 SNI삼성타운금융센터장은 “시중 금리 하락세가 가파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A등급 이상의 우량 기업이 발행한 연 5%대 채권을 매수해 중장기 수익률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저쿠폰 장기채에도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 센터장은 “금리 하락기에는 만기가 긴 장기채가 단기채 대비 더 많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매매 차익도 커지기 때문에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투자자라면 예금보다 채권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달러예금 금리는 연 4%대지만 달러로 발행된 KB금융지주신종자본증권과 우리은행신종자본증권 금리는 각각 연 5.41%, 연 5.58%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