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인 70%까지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물가에도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한 터키 정부의 비정상적인 통화 정책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터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69.97% 상승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2002년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교통 부문이 106%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식품과 무알코올 음료 가격 상승률(89%)이 뒤를 이었다. AP통신은 “가스, 유가, 곡물 가격의 급등을 초래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키의 물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의 금리 인하 정책이 물가를 끌어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물가 상승을 초래한다’는 잘못된 신념 아래 금리 인상에 반대해왔다. 반대로 수출 촉진을 위해 리라화 가치를 낮추는 금리 인하 정책을 펼쳤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금리를 낮췄다. 현재 터키의 기준금리는 연 14%로 지난해 9월 대비 5%포인트 낮다.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는 이날 발표 이후 달러 대비 0.9% 하락한 14.85리라를 기록했다.

높은 물가 때문에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터키에선 내년 6월 대통령선거와 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는 추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 “5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기 시작해 연말에는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며 물가 안정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선거를 1년 앞두고 물가 상승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