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업가이자 유튜버인 ‘쭈니맨’ 권준 군(13)이 서울 자택에서 개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10대 사업가이자 유튜버인 ‘쭈니맨’ 권준 군(13)이 서울 자택에서 개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주식 대폭락이 시작됐을 때다. 당시 11세 권준 군은 첫 투자를 마음먹었다.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는 한 투자 방송을 보고 나서다. “애가 무슨 주식이냐”며 반대하는 부모님을 3일 밤낮 설득해 주식 계좌를 만들었다. 2년 동안 대세 상승과 하락을 모두 겪은 현재, 권군은 어엿한 7000만원 자산가가 됐다. 2020년 ‘어린이 주식부자’로 유명해진 권군은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법인까지 설립해 창업에도 나섰다. 권군은 4일 “투자를 잘하는 워런 버핏도 닮고 싶지만, 이제는 투자와 사업을 모두 잘하는 일론 머스크가 롤모델”이라고 했다.

권군은 부모님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레저 스포츠 체험장에서 뛰어놀며 어깨너머로 사업이 무엇인지 체득했다. 일곱 살 때 직접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세뱃돈으로 받은 40만원으로 미니카 50대를 샀다. 이를 부모님 사업장 한구석에서 판매해 600만원을 벌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에는 ‘스피드 빨래 건조대’를 발명해 특허까지 냈다. 권군은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 느꼈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더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권군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제주 흑돼지 판매, 라이브커머스 호스트, 자판기 운용 등 다양한 도전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금을 차곡차곡 모았다. 여기에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 등을 합쳐 마련한 시드머니가 2600만원. 이 돈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SK하이닉스 등 스스로 분석하고 공부한 기업들에 투자를 시작했다.

권군은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그냥 꾹 참기”라고 했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 시간과 증시 개장 시간이 같아 ‘강제 장기투자’를 해야 했지만 버핏, 피터 린치 등 투자 대가들의 책을 독파하면서 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됐다.

권군은 “장기투자는 오래 가져가야 할 주식인지 나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라며 “산업과 종목을 확실하게 분석해 내가 고른 주식에 확신이 서야 매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과정을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뉴스, 특히 글로벌 뉴스를 열심히 보는데, 확실히 내 돈이 들어가니까 알아서 공부하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요즘 권군은 ‘하루를 25시간처럼’ 쪼개 쓰는 상황. 투자와 함께 유튜브 채널 ‘쭈니맨’도 운영하고, 부동산 경매 공부도 하고 있다. 다음달 ‘쭈니맨 경제경영 동화책’ 출판을 앞두고 글쓰기에도 열심이다. 모두 방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해결한다. 권군은 “자산을 불려가는 게 꼭 게임 같다”며 “게임에서 미션을 완수하는 게 그렇듯 힘들다기보다는 하나하나 이뤄나갈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장 집중하고 있는 건 3월 설립한 쭈니맨컴퍼니다. 다음달부터 여는 ‘쭈니맨 아카데미’가 첫 사업. 10대 또래들에게 재테크 수업을 할 예정이다. 큰 자본을 들이지 않는 ‘소자본 창업’ 전략을 펼치겠단다. 그는 “쭈니맨 아카데미로 뜻을 함께하는 친구, 동생들을 모아 같이 공부하고 아이디어를 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성공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빌 게이츠 같은 사회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기부의 맛’을 이미 안 터다. 흑돼지를 팔아 번 돈, 유튜브로 들어온 수익금 상당액을 어려운 또래 친구들을 위해 내놨다.

“제가 어렸을 적 작은 성취를 시작으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갔듯이 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날 용돈보다는 주식 선물을 한 번쯤 해보는 게 어떨까요?”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