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신화' 빌황, 최대 20년형 위기
미국 월가에서 ‘큰손’으로 이름을 날렸던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사진)이 27일(현지시간) 금융회사에 100억달러(12조6000억달러)의 손실을 안긴 혐의로 미국 검찰에 체포돼 기소됐다. 황씨는 무죄를 주장하며 1억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바로 풀려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이날 미국 뉴욕남부지검이 아케고스 캐피털매니지먼트(아케고스) 설립자인 황씨와 패트릭 핼리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황씨는 금융회사들을 속여 거액을 빌린 뒤 아케고스와 관련된 파생상품에 투자해 아케고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케고스는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와 차액거래(CFD) 계약을 통해 보유 자산의 5배가 넘는 500억달러(63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 아케고스의 레버리지 비율은 1000%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다 아케고스가 자금을 빌려 투자한 주식 가격이 급락하자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마진콜 상황이 발생했다.

아케고스에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IB) 중 골드만삭스 등은 담보로 잡은 아케고스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해 손실을 줄였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의 블록딜 이후 아케고스 주가는 더 내려가 금융회사들의 손실은 1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뉴욕 검찰은 “일반적인 사업이라거나 복잡한 투자기법으로 볼 수 없으며 이건 사기”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황씨는 최대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황씨는 이날 법원에서 검찰의 기소는 부당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석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보석 보증금으로는 1억달러를 썼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