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니켈공장 모습. /사진=REUTERS
러시아 니켈공장 모습. /사진=REUTERS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켈 가격 급등으로 중소형 철강기업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2차전지 관련주들은 철강섹터와는 달리 대부분 주가가 무너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를 전방산업의 구매사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기대가 희비를 갈랐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티플랙스는 1220원(19.55%) 오른 7460원에, 하이스틸은 420원(12.92%) 상승한 2670원에, 대한제강은 900원(4.00%) 뛴 2만34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1.77%), 현대제철(0.77%), 동국제강(0.88%) 등 대형 철강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니켈 가격 급등세에 더해 철강 원재료 가격까지 오르고, 이게 제품 가격 상승 조짐으로 이어진 결과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집계된 지난 11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톤(t)당 159.79달러로 한달 전 대비 7.01%가, 유연탄 가격은 톤당 256달러로 86.25%가 각각 올랐다.

원자재 따라 제품 가격 상승 조짐 확인된 철강주 ‘방긋’

원재료 가격 상승에 더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철강제품 수출 중단으로 유럽에서의 철강제품 가격은 들썩이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유럽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지난주 열연 오퍼 가격으로 전주 대비 150유로 인상된 톤당 1300유로를 제시했다”며 “이번주 오퍼가격으로는 1450유로를 제시할 예정으로, 이는 유럽 열연 가격의 사상 최고치이자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철강 제품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스테인리스스틸을 만드는 데 섞어야 하는 니켈 가격이 급등하자 관련 중소형주들의 가격이 더 크게 튀어 오른 것이다.
니켈 가격 급등에…철강주 '대박' 배터리주 '쪽박'난 이유[분석+]
앞서 LME에서는 니켈 거래가 중단됐다. 지난 8일 장중 한때 111%가 급등해 톤당 10만달러를 넘어선 탓이다. 직전 거래일에는 하루만에 66%가량 치솟기도 했다. 현재 LME에서의 니켈 가격은 지난 7일 종가인 톤당 4만2995달러로 표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니켈 가격을 끌어 올렸다. 글로벌 니켈 공급량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다. 또 중국의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업체인 칭산그룹이 니켈 공매도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량의 현물 구매에 나선 점도 니켈 가격을 밀어 올렸다.

양극재용 니켈 가격 상승해도 완성차 업계 부담인데…

제품 가격 상승이 눈에 보이는 철강섹터와 달리, 제품 가격 정보가 덜 드러나는 2차전지섹터에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작용했다.

이에 전일 LG에너지솔루션는 7.03% 급락한 36만3500원에 마감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 3위인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6107억원으로 좁혀져 2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17.47%가 더 빠지면 공모가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LG에너지솔루션 뿐만 아니라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LG화학도 3.18% 하락했다. 또 양극재를 만드는 엘앤에프(-8.56%)과 에코프로비엠(-5.70%),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케미칼(-2.08%), 전해질 첨가액을 만드는 천보(-7.89%) 등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삼성SDI도 장중에는 약세를 보였지만,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시험생산할 설비 구축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한 덕에 2.08% 상승해 마감됐다.

2차전지 섹터의 추락은 니켈 가격 급등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에 따른 실적 우려, 국내 배터리업계의 주력이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채용 확대 트렌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매도가 가능해진 데 따른 수급 이슈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니켈 가격 급등이 직접적으로 2차전지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니켈 뿐만 아니라 양극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코발드, 망간 등의 가격 상승분도 완성차업계가 부담하는 구조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가장 많은 금속을 소요하는 양극재 관련 금속은 완성차 업체가 전적으로 가격을 부담하고 있다”며 “2016~2017년 전기차 시장 초기 개화시점에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 급등이 발생하자, 배터리 업체들은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설정할 당시 금속가격 변동분에 대한 100% 전가를 전제로 해 신규 계약을 체결했고, 기존 계약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급등한 니켈 가격이 향후 하락할 경우 매입 시점의 가격 대비 판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어 추후 실적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 변동, 완성차업계 전가할 수 있을까

양극재 이외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금속 가격 상승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셀(2차전지의 4대 핵심 부품이 모두 모인 기초단위) 제조업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2차전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양극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이전에는 가격 급등을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터리 모듈의 재료비 비중에 대한 삼성증권의 추정. /자료=삼성증권
배터리 모듈의 재료비 비중에 대한 삼성증권의 추정. /자료=삼성증권
해당 금속들의 가격 변동을 양극재 업체들에 전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삼성증권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이 증권사의 장정훈 연구원은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 니켈 이외에도 다른 원자재 가격 상승 불안 요인을 감안해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공급선들에 대한 원가 협상에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2차전지 셀 및 재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판가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조현렬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양극재 외 주요 소재 제조에 사용되는 금속 가격도 배터리 업체에서 완성차 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근 일정 부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음극 기판(동박)에 사용되는 구리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동박 업체가 배터리 업체로 구리 가격 상승분을 전가하고 있고, 일부 배터리 업체도 최근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을 하며 구리 가격 연동 조건을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