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설)를 앞두고 홍콩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무료로 배포한 빨간 세뱃돈 봉투(라이시)가 인기 수집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들 세뱃돈 봉투는 중고거래 시장에서 웃돈이 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홍콩 등 중화권에서는 춘제 세뱃돈을 빨간 봉투에 담아 나눠주는 관습이 있다며 “투자은행들이 홍콩 고객에게 나눠준 세뱃돈 봉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에 있는 회사들은 매년 이 빨간 봉투를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데만 3억홍콩달러(약 462억원)를 지출한다.

투자은행들이 무료로 배포한 빨간 봉투는 중고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다. 금으로 장식되거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란꽃, 금붕어, 12궁도 별자리 등 문양이 새겨진 빨간 봉투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지면서 이를 모으려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가장 비싼 봉투는 UBS가 만든 금붕어 문양 봉투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중고거래 플랫폼 캐러셀 등에서 10.1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어 골드만삭스(5.6홍콩달러), 도이체방크(4.3홍콩달러) 순이다.

은행들은 빨간 봉투를 디자인하는 데만 수개월씩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전자결제 시대에도 지역 관습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러셀 홍콩지사 관계자는 “올해 첫 2주 동안 약 7000개의 봉투 거래가 이뤄졌다”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증가한 규모”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