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가 3년여 만에 연 4.0%를 찍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기관투자가들의 요구 금리 수준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기관 대상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거쳐 제11-2회 영구채 발행금리를 연 4.0%로 확정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그룹 계열사의 영구채는 2018년 11월 8일 하나금융지주의 연 4.04%(5년 콜옵션)를 마지막으로 3년 넘게 연 2~3%대 발행금리를 확정해왔다. 최저 금리는 작년 2월 KB금융지주 발행물(5년 콜옵션)로 연 2.67%였다.

이번 신한금융지주 11-2회 발행금액은 380억원으로, 11-1회 5620억원어치와 함께 오는 25일 발행(납입) 예정이다. 영구채는 현금상환 만기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지만, 발행 시점으로부터 5년 또는 10년 뒤 조기상환하는 게 관행이다.

신한금융지주 11-2회는 10년 뒤부터 조기상환(콜옵션 행사)할 수 있다. 수요예측에 앞서 제시한 공모 희망금리 범위는 연 3.60~4.00%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연 4.00% 금리를 받아야 적정하다고 판단한 기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많이 오른 만큼 요구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며 “스프레드(회사채 금리에서 국고채 금리를 뺀 차이)가 작년 발행 때보다 좁아졌다”고 말했다.

이번에 신한금융지주와 같은 17일에 수요예측을 한 하나금융지주도 연 4.00% 수준에서 제10회 영구채(5년 콜옵션) 발행금리 확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측에서 곧 발행금리를 확정할 예정으로, 금리는 연 4.0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과 은행 지주회사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개선을 목적으로 일반 채권보다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영구채 또는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