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아닌, 문화 한 조각"…한국의 빵집은 오늘도 북적인다
예술과 일상 그리고 패션…국가별로 다른 '빵의 언어'
Z세대에 빵은 나를 표현하는 패션
SNS용 '한 컷' 얻으려 빵지순례
찌개 두그릇보다 비싼 조각 케이크
베이커리는 불황에도 문전성시
Z세대에 빵은 나를 표현하는 패션
SNS용 '한 컷' 얻으려 빵지순례
찌개 두그릇보다 비싼 조각 케이크
베이커리는 불황에도 문전성시
◇ “SNS 올릴 수 있다면 지출 안 아깝다”
마당에 고즈넉한 연못이 있는 익선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 이곳에서 케이크 한 조각 가격은 최고 1만9800원에 달한다. 주머니 사정이 얇은 20~30대가 주 고객층이지만 불티나게 팔린다. 특이한 점은 값비싼 케이크를 사놓고도 한두 입 맛보고는 남기는 이가 많다는 것. 다 먹지도 못할 값비싼 케이크를 왜 사 먹을까 싶겠지만, Z세대에게 빵은 애초부터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는 “베이커리 시장이 떠오른 배경엔 2030이라는 새로운 소비자가 있다. 이들은 빵을 식품이 아니라 패션, 액세서리처럼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 인스타그램 메인 16여 장의 게시물은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지털 명함’이다. 디저트는 이 명함을 채우는 하나의 콘텐츠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행이 빠른 패션이나 뷰티 기업에선 마케터를 뽑을 때 SNS 경험을 주요 경력으로 제출받기도 한다”고 했다. SNS 자체가 이력서이자 광고판인 셈인데, 감성 있는 디저트 이미지로 SNS 메인을 장식할 수 있다면 몇만 원의 지출이 아깝지 않다.
◇ 성공한 베이커리의 ‘한 컷’
성공한 디저트 전문점은 대부분 사진 ‘한 컷’으로 승부한다. 도넛에 크림이 잔뜩 넣어 반으로 갈랐을 때 단면이 인상적인 노티드나 크림·과일을 잔뜩 얹은 런던베이글뮤지엄 베이글이 대표적이다. 매장 절반을 손님이 앉을 수 없는 공간으로 꾸민 익선동 카페나 종업원들에게 특정한 콘셉트의 복장을 입힌 자연도 소금빵 등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베이커리와 차별화한 이런 경험 요인들이 SNS에선 먹힌다.10여년 전 빵지순례 붐을 일으켰던 지역 빵집의 성패도 제품의 콘텐츠화 여부였다.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안동 맘모스제과 등 전국 단일 빵집 중 성심당만 압도적인 전국구 브랜드 파워를 얻었다. 국내 한 제빵 명장은 “단팥빵으로 위주의 옛 성심당을 전국구 빵집으로 키운 건 화려한 색상의 과일이 쏟아질 듯한 시루 케이크“라고 했다. 그는 “제빵 장인의 세계에서 따뜻한 빵 속에 차가운 과일을 잔뜩 넣는 레시피는 금기시된 방식”이라며 “다른 지역 빵집이 전통적인 기술에 집중하는 사이 성심당은 상식을 깨는 과감한 제품으로 SNS를 뚫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빵과 디저트는 최근 유통업계의 최대 경쟁 포인트로 떠올랐다. 연세빵·고대빵 등 메가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입지를 다진 CU는 성수동에 디저트 전문 매장인 ‘디저트파크’를 선보였다. GS25는 아예 디저트 기획 전담 조직을 새로 꾸렸다. 국내 베이커리 강자인 파리바게뜨는 서초역 인근에 첫 디저트 전문 매장 ‘카페 드 디저트‘를 열었다.
안혜원/장서우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