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정책·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 시장이지만 결국 수요의 힘이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경제는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거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즉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한경닷컴은 매주 수요일 '주간이집' 시리즈를 통해 아파트 종합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와 함께 수요자가 많이 찾는 아파트 단지의 동향을 포착해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내달 18일 입주를 시작하는 수원 '매교역팰루시드'. 사진=오세성 기자
내달 18일 입주를 시작하는 수원 '매교역팰루시드'. 사진=오세성 기자
입주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잔금대출에 비상이 걸린 경기 수원시 '매교역팰루시드'에 부동산 수요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집값이 크게 오르거나 새로운 개발 호재가 생겨서가 아닙니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입주 예정자의 불안이 커진 영향입니다.

29일 부동산 플랫폼 호갱노노에 따르면 매교역팰루시드는 이달 넷째 주(20~26일)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아본 아파트로 집계됐습니다. 한 주 동안 4만2663명이 방문했습니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 단지 잔금대출 문제가 거론되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매교역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는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소진되면서 잔금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외 적용이나 경과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이미 확정된 건데 사후에 정책 변경을 하면 어쩌란 말이냐"며 관련 내용을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매교역팰루시드가 잔금대출에 어려움을 겪는 직접적인 원인이 강화된 대출 규제의 소급 적용 때문은 아닙니다. 이 단지는 2023년 말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사업장으로 지난해 발표된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의 예외 대상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 여력의 85.3%(약 3조6968억원)를 이미 소진했습니다.

올해 증가액 목표치 4조3363억원 가운데 하반기 가용 여력은 14.7%(약 6395억원)뿐입니다. 남은 기간 대출 증가량을 억제해야 하는 은행이 집단대출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셈입니다.

매교역팰루시드 입주 예정자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입주는 다음달 18일부터 10월19일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한 내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연체이자가 발생하죠. 오는 11월30일까지 중도금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이에 따른 연체이자도 추가됩니다. 통상 잔금대출을 받으며 중도금대출을 정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으로 연체이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한 입주 예정자는 "단지에 필요한 잔금대출은 1조원 수준인데, 취급 은행들의 한도는 100억~150억원 정도여서 사실상 대출받기 어렵다"며 "어렵사리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싶었는데, 입주를 앞두고 대출 상담조차 받아주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이가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렇다고 매교역팰루시드에만 대출을 추가 공급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정 단지만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한 단지를 예외로 인정하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잔금대출 문제가 매교역팰루시드만의 일은 아닙니다. 경기 평택의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와 '브레인시티 로제비앙&엘가 더퍼스트' 등에서도 집단대출을 구하지 못해 입주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8~12월 전국에서 입주를 앞둔 물량은 7만1368가구에 달합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교역팰루시드에서 불거진 잔금대출 문제가 전국 입주 단지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