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을 돌려주는 환불 센터. 성혼선언문이 아닌 이혼선언문. 예물 교환 대신 결혼반지 던지기.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그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이른바 '이혼식'을 진행한 모습. /사진=조승연씨 제공
축의금을 돌려주는 환불 센터. 성혼선언문이 아닌 이혼선언문. 예물 교환 대신 결혼반지 던지기.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그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이른바 '이혼식'을 진행한 모습. /사진=조승연씨 제공
축의금을 돌려주는 환불 센터. 성혼선언문이 아닌 이혼선언문. 예물 교환 대신 결혼반지 던지기.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그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이른바 '이혼식'이다. 쌍둥이 자녀를 둔 싱글맘 조승연 씨(37)는 최근 친구들을 불러 이혼식을 열었다.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결혼의 종결을 알리고, 앞날을 축복하는 시간을 함께 가졌다. 그가 국내에서 전례 없던 이혼식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한경닷컴이 조씨를 만나 이혼식을 준비한 과정과 그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혼녀 아닌 '이혼 이후의 나'…SNS에 일상 공개한 이유

축의금을 돌려주는 환불 센터. 성혼선언문이 아닌 이혼선언문. 예물 교환 대신 결혼반지 던지기.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그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이른바 '이혼식'을 진행한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조씨가 이혼선언문을 읽고, 축의금 환불센터를 운영한 모습. /사진=조승연씨 제공
축의금을 돌려주는 환불 센터. 성혼선언문이 아닌 이혼선언문. 예물 교환 대신 결혼반지 던지기. 결혼식과 비슷하지만 그 의미를 반대로 뒤집은 이른바 '이혼식'을 진행한 모습. 사진은 왼쪽부터 조씨가 이혼선언문을 읽고, 축의금 환불센터를 운영한 모습. /사진=조승연씨 제공
이혼식은 조씨에게 단순히 결혼 생활의 종결을 알리는 행사가 아니었다. 이혼 과정을 마무리하고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자리이자,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점을 찍는 일이었다. 조씨에게 이혼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혼선언문을 낭독할 때다. 그는 "선언문을 읽을 때 친구들과 눈 맞추던 순간, 한명 한명 저에게 보내는 응원과 지지가 눈동자에 담겨있었다"고 했다.

이혼식은 1, 2, 3부로 이뤄졌다. 1부에서는 이혼선언문을 읽고, 2부에서는 감사 경품을 진행한 뒤, 불꽃 폭죽(스파클라)를 태우며 각자 과거 자신의 후회되는 모습을 놓고 가는 시간을 가졌다. 3부에서는 아이를 잘 낳으라는 의미의 밤과 대추를 던지는 대신 고추를 던지는 폐백을 진행했다.

조씨는 "식순 하나하나 친구들이랑 논의하며 짰다"며 "식이 다 끝나고 그냥 친구들과 새벽까지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혼식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이혼 과정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조씨에게 친구들이 "다 끝나면 진짜 파티하자"고 제안했다. 힘든 시간을 지나 새로운 출발을 함께 축하하자는 취지였다. 실제로 이혼 절차가 마무리된 뒤 한 친구가 행사장 대관 정보를 보내왔고, 조씨는 그 약속을 실제 행사로 만들기로 했다.
/영상=조승연 씨 제공
/영상=조승연 씨 제공
조씨의 이혼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화제였다. 이혼식 행사 장면이 담긴 영상은 조회 수 122만 회를 넘겼다. 조씨가 이혼식을 공개한 이유는 '이혼 이후의 삶'에 대해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조씨 역시 이혼을 결심했을 당시에는 막막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기 어려워서다. 이혼을 다루는 콘텐츠는 자극적인 사연에 집중한 경우가 많았다.

미디어에 이혼녀, 싱글맘은 있지만, 이혼 이후 제 삶을 사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부족했다. 조씨는 "저도 여전히 사회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나답게 살기 위한 선택이 저에겐 이혼이었고, 이 선택을 내리고 난 뒤 두려움을 느꼈던 이유는 저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는 막막함에서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혼을 쉬쉬하니 정보가 없고, 그게 절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아이들의 정신적·신체적 안녕과 건강만 생각하자고 결심한 뒤 살아가다보니 회복됐다. '내가 해낼 수 있네', '삶의 주체성을 찾고 충분히 삶을 다시 만들 수 있네'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 삶을 공유할 수 있는 샘플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가치판단 대상 아닌 선택지"…사회가 정한 생애주기 벗어나

/사진=조승연 씨 제공
/사진=조승연 씨 제공
이혼은 더 이상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통계청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이혼 건수는 8만8100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0만건을 넘었다. 이후 매년 9만 쌍의 부부가 이혼하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의 이혼도 두드러진다. 2025년 전체 이혼 사례 가운데 결혼 생활을 30년 이상 유지한 부부의 이혼 비중은 17.7%로, 결혼 기간별 구간 중 가장 높았다. 이혼이 결혼 생활의 후반부에도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씨는 이혼식이 이혼을 장려하거나 결혼을 부정하기 위한 행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신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혼 이후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조씨는 "이혼은 대입, 취업, 결혼, 육아 등 사회 생애주기가 정한 루트를 다 밟은 이후 제가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며 "생애주기로부터 자유로워진 진짜 제 인생을 사는 시작으로 느껴졌다. 이혼은 나쁘고 좋은 가치판단의 대상이기라기 보다 삶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혼식을 올린 뒤 대리만족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조씨는 "제일 많이 받았던 메시지 중 하나가 '이혼 한 사실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밖에 몰라요. 그런데 이렇게 알리시고 축하받는 거 보니 대리만족을 얻어가다'는 내용"이라며 "이혼을 쉬쉬하게 된 건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혼한 여성을 보는 사회적 인식이 만든 결과인 것 같다"고 했다.
시대의 변화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각, 취향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박수빈의 요즘것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 소비 트렌드를 들여다보는 연재다. 익숙한 통념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문화 현상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요즘'의 흐름을 읽는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