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회사들은 2~3년 전부터 디지털 플랫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사와 동맹을 속속 맺고 있다. 국민은행과 LG유플러스의 알뜰폰 협력, 우리은행-KT의 마이데이터 협력, 신한은행과 SK텔레콤의 데이터동맹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단순 계약 이행에 머물거나 구속력 없는 업무협약(MOU)이어서 진전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번 신한은행과 KT의 상호 지분 투자는 단순 협업을 넘어 지분을 맞바꾼 ‘혈맹’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한은행, KT가 각각 상대 업종의 파트너를 교체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SK텔레콤과 소상공인 플랫폼인 ‘쏠비즈’에 통신 데이터를 결합하는 MOU를 맺었고, KT는 케이뱅크의 주주인 우리은행과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의 협업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은행들은 최근 2~3년간 데이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통신 등 이종(異種)업체와의 협업을 추진했지만, ‘이행이 더디다’는 고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신과 은행 업종에선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2016년 공동으로 설립한 핀테크 기업 핀크 정도를 제외하곤 높은 수준의 협력에 다다른 예가 없었다”고 했다.

금융사와 빅테크 간 대표적 혈맹은 2017년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이 서로의 주식 5000억원씩을 매입한 사례다. 양사는 2019년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기업가치 10조원에 달하는 대형 핀테크로 키우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3월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하기도 했다. 쿠팡이라는 유통 공룡에 맞서 온·오프라인 동맹을 구축한 사례다. 네이버는 그해 10월에는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벌이기도 했다. CJ는 네이버의 IT 역량을 빌리고, 네이버는 부족한 물류와 콘텐츠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