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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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신모씨(35)는 들고 있는 주식을 팔아야 하나 고민이 깊다. 오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국내 증시가 조정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신씨는 "성장주를 많이 갖고 있어 FOMC 결과에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FOMC를 앞두고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면서 신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14일 코스피지수는 0.46% 하락한 2987.9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홍콩 항셍지수는 1% 넘게 떨어졌다. 니케이225, 상해종합, 대만 자취안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모두 하락했다. 전날 미국 증시가 FOMC 리스크 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나스닥은 1.39%, S&P500은 0.91% 각각 빠진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FOMC를 앞둔 시장 대응 전략을 놓고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들고 있을 때"라는 의견과 "금리 인상 우려는 이미 반영된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이번 FOMC에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테이퍼링(유동성 축소)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식 비중을 줄여야한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8%로 1982년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중앙은행 목표치(2%)의 3배가 넘는다. 이번 회의에서 내년도 금리인상 신호가 포착되면 시장에 추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보다는 매파적(긴축정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중소형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들고 있는 게 전략적으로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코스피는 베어마켓랠리(하락장 중간에 나타나는 일시적 반등장)인데 이럴 때는 저점(코스피 2800) 대비 10% 이상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주식 전략 전문가인 그의 진단이다.

반대로 테이퍼링 리스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반론도 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테이퍼링 가속화가 나올 가능성이 높더라도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는 이미 반영된 수준"이라며 "FOMC 이후 오히려 가격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는 만큼 외국인이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반도체, 2차전지 등에 접근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FOMC 이후 중국 통화정책 영향을 더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중앙은행이 시장과 소통하고 있는 만큼 우려하는 수준의 급격한 매파적 전환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에 대응해 지준율을 내리는 등 오히려 비둘기파적으로 전환하는 게 국내 증시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