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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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한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자산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과 한국은행의 두 번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여전히 과잉 유동성의 영향권에 놓여 있지만, 유동성 확대의 끝이 보이는 만큼 강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연말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이슈도 경계감을 키운다.

이달 한 달 동안 코스피는 3.20% 하락해 2970.68을 기록했다. 7월부터 넉달 연속 월간 기준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월초에 3000선이 무너졌다가 회복한 뒤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다시 붕괴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락이 이달 코스피 조정을 주도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전망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7만원선이 붕괴됐다. 경기 정점(피크아웃)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에 대한 우려도 우리 증시를 짓눌렀다. 3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기업들은 호실적 행진을 계속했지만, 향후에는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에 큰 힘이 되지 못했다.

특히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달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조884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조8301억원 어치와 7376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한국과 달리 미국 증시는 지난달의 약세를 딛고 강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29일(현지시간)에는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월간 기준으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7.27%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91%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84%가 각각 상승했다.

통화정책 전환 앞둔 증시…“강하게 오르긴 힘들어”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달 2~3일(현지시간) 개최되는 FOMC에서 테이퍼링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연준이 매달 사들이는 800억달러 어치의 국채와 400억달러 어치의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테이퍼링 시행 방식에 대해서는 ▲다음달 바로 시작해 매달 총 150억달러씩 매입 규모 축소 ▲내년초 시작해 매달 총 200억달러씩 매입 규모 축소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과 원자재 시장은 여전히 과잉 유동성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어 가격 하단이 지지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이 더 이상 완화 기조로 가기는 어려워 위험자산이 예전처럼 유동성의 혜택을 받으며 강한 상승탄력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테이퍼링 일정이 공식화된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 28일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2% 성장을 기록하면서 크게 저조하게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행되는 테이퍼링이 일시적으로 시장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월초의 FOMC 이후에는 ▲11월5일 발표될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 ▲9일과 10일에 각각 발표될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 ▲25일(한국시간) 개최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의 기준금리 결정 등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다.

“조정 이후 반등 국면에선 소외됐던 업종에 주목해야”

KB증권은 다음달 코스피의 예상 밴드로 2870~3140을 제시하며 업종 전략에 좀 더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4개월에 걸친 조정 이후 반등의 초입국면으로 판단하며 주식 비중을 확대하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연말엔 수급적으로 중소형 성장주와 소외된 섹터로의 로테이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 동안 급등했던 중소형 성장주들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소외됐던 업종은 수급적으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에 대해 “조정 이후 바닥에서 숨을 고르며 가치주에서 성장주로 주도권이 넘어가기 전”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2012년 이후 최근과 낙폭이 비슷했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반등 초입 국면에서는 그 동안 소외됐던 종목들이 앞서나갈 확률이 컸다며 “자동차와 음식료 등 소외 받았던 가치주 성격의 주식을 다음달 비중확대 업종”으로 제시했다.

콘텐츠 기업들도 주목됐다. 다음달 4일과 12일 각각 애플TV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의 경쟁 심화 과정에서 콘텐츠 기업들의 반사 수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이은택 연구원은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