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초고액자산가)와 1000만~1억원 규모의 자산을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우량주에 투자하고, 일찌감치 글로벌 자산 배분에 나서 조정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타’(단기 투자)와 ‘손절’(손실이 난 종목을 파는 것)을 하지 않고, 주가가 빠지면 추가 매수에 나서 수익률을 높였다.

수익률 희비 엇갈린 이유는?

年수익률 50% 거둔 슈퍼리치…테슬라 대신 '이 종목' 담았다
23일 미래에셋증권 계좌에 1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 71만5772명의 최근 1년(5월 말 기준) 수익률은 24.6%로 집계됐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이 포함된 수치다.

이 가운데 슈퍼리치와 일반 투자자들의 수익률 격차는 극명했다. 100억원 이상 자산가는 지난 1년 48.9%의 수익을 기록했다. 1000만~1억원 사이 고객들의 수익률은 그 절반인 23.8%에 그쳤다.

주식 열풍이 본격화한 작년 5월을 시작점으로 봤을 때 포트폴리오에서 큰 차이가 났다. 당시 슈퍼리치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달했다. 3000만~1억원(52%), 1억~10억원(59%) 투자자들보다 높았다. 소액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에 달려들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랐다. 해외주식 비중도 수익률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슈퍼리치들은 작년 5월 전체 자산의 13%가량을 해외주식에 분산시켜놨다. 1억원 미만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밑돌던 때였다.

슈퍼리치들은 지난 1년 동안 주식 비중을 67%에서 75%까지 늘렸다. 대신 펀드와 채권, 파생상품 비중을 줄였다. 증권사에 투자를 맡기는 랩어카운트 비중은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1000만~1억원 사이 투자자들도 같은 기간 주식 비중을 48.6%에서 60.4%까지 늘렸다.

슈퍼리치 고객 급증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고객도 급증했다. 10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 고객은 작년 5월 대비 1년 새 82%가량 늘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머니 무브(돈의 이동)가 진행된 데다 적극적인 투자로 자산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다.

300억원대 자산가인 60대 A씨는 미국의 대표적인 성장주와 성장산업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비중을 늘려 지난 1년간 35%의 수익을 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로도 30%가 넘는 성과를 냈다.

지난달 금리 인상 조짐에 성장주가 잠시 흔들렸지만 A씨를 비롯해 고액 투자자들은 대부분 동요하지 않았다. 장기 투자를 위해 우량 종목들을 택했기 때문이다.

올초 주당 34만원대에 네이버를 매수한 투자자 B씨는 지난달 성장주가 조정을 받으며 흔들리자 이를 추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단기간에 많이 오른 경기민감주를 정리하고 네이버를 더 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은 오래 함께 갈 우량 성장주를 택해 조정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기대치를 밑돌아도 경험을 통해 손절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적 뒷받침되는 우량주 담아야”

해외주식 비중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이 테슬라를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작년 5월 10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해외주식 보유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닷컴, 항서제약, 알파벳(구글), 애플 순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테슬라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5월 말 기준으로도 항서제약이 1위였고, 아마존닷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가 뒤를 이었다. 국내주식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물산, 현대자동차 순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우고 있다. 장성주 미래에셋증권 센터원WM 지점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수익이 좋았던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혁신성과 성장성 있는 주식에 골고루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