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 발표가 메모리 반도체 주가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다.

美 마이크론 好실적 '희소식'에도 삼성전자·하이닉스 힘 못쓰는 이유
마이크론 주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47% 오른 84.98달러에 마감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BMO캐피털마켓이 마이크론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목표주가를 90달러에서 110달러로 높인 영향이다.

장 마감 이후 발표한 마이크론의 3~5월 분기 실적은 이런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74억2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은 두 배 이상 증가한 1.88달러였다. EPS는 시장 전망치(1.71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PC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업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강한 마이크론은 이번에도 “2022년까지 D램과 낸드 수급은 타이트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마이크론 재고 일수는 94일로, 2018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낙관적인 전망에도 마이크론의 시간 외 주가는 2.27% 하락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발표 내용 중 부정적인 내용은 없었으나, D램 생산에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원가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마이크론도 D램 미세공정을 위해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EUV 장비 가격은 대당 1000억원을 넘는다. 마이크론은 연간 설비투자액 가이던스를 기존의 90억달러에서 95억달러로 올려 잡았다.

마이크론의 좋은 실적에도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아지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1일 각각 0.74%, 2.35%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주가가 0.86%, 3.77% 떨어지며 박스권에 갇혔다. 마이크론도 같은 기간 3.66% 하락했다.

모바일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하반기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반기 강세론’을 얘기하고 있는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후발주자들이 투자 감축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하반기 D램 판가는 기대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