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현대일렉트릭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5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일렉트릭, 5분기 만에 흑자…'환골탈태' 시동
현대일렉트릭은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주 말보다 2.74% 오른 82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9일 4900원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폭락 이전 수준의 90% 정도를 회복했다. 흑자전환이 호재였다. 현대일렉트릭은 올 1분기 매출 3864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 흑자를 냈다. 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CEO 교체 후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며 “자산 매각과 조직 슬림화, 미래 사업 준비 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변압기를 제작하는 불가리아 법인과 경기 용인 마북연구소 등 불필요한 자산을 처분하고 있다.

시장에는 보수적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사상 처음 외부에서 영입한 CEO에 대한 기대도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적자가 지속되자 그룹은 지식경제부 차관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을 지낸 조석 사장을 영입해 회사를 맡겼다. 조 사장이 키를 잡자마자 흑자전환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조 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 참석해 투자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저유가에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흑자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올 1월 완공된 울산 변압기 스마트팩토리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품질과 원가 개선, 공정 효율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일렉트릭의 전신은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사업본부다. 전력 공급 과정의 전 단계에 필요한 전기전자 기기 및 에너지 솔루션을 제작·공급한다. 이 사업을 떼어내 2017년 4월 별도법인으로 설립했다. 현대중공업 사업본부 당시에는 건설 붐과 고유가에 힘입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분할 후 중동 국가들의 플랜트 투자 축소와 탈원전 기조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감소로 적자 늪에 빠졌다. 유상증자, 전 임원 일괄사직, 희망퇴직 등을 시행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에너지 전문가인 조 사장에게 회사를 맡겼다. 조 사장은 취임 직후 사내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에너지사업에 대한 생각과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자세히 담았다. 올해 들어선 ‘Do it Now, Action(DNA)’이라는 체질 개선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구매부터 제조 및 설계, 영업·재무까지 업무 전반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한 과제를 직원들이 선별하고 개선해나가는 방식이다. 체질 개선에 속도를 붙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미래가 있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