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자산 중 약 4조원어치를 별도 법인에 넘겨 2조원 안팎의 외부 투자를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3000%가 넘는 공사 부채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공공기관 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자원개발 자회사(SPC) 설립 및 투자유치 자문 용역에 대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석유공사가 △영국 다나페트롤리엄 지분 100% △미국 셰일 관련 기업 이글포드 지분 일부를 보유한 KNOC이글포드코퍼레이션 지분 100% △KADOC 지분 75% 등 약 4조원어치의 해외 자산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SPC에 넘길 테니, 이 SPC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대안이 있는지 컨설팅을 IB에 요청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RFP에서 “올해 투자를 유치해 내년 현물출자 및 SPC 설립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IB업계에선 석유공사가 원하는 대로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많다.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데다 ‘국내 전략적 투자자’ 조건까지 달려 있어 이를 만족할 만한 잠재 투자 후보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하락한 것도 매각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 마감된 입찰에 글로벌 IB들은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한 IB 관계자는 “용역 수주가 향후 매각 자문 수주까지 보장하지 않는 조건에서 IB들이 1억원대 낮은 용역비로 입찰에 참여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석유공사는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컨설팅 제공 업체 선정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2018년 당기순손실 4781억원, 2019년에는 당기순손실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