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경영구조 개선 요구를 끝내 외면한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에스엠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주요 기관투자가는 주가 하락을 이용해 지분을 더 늘리며 이수만 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KB자산운용 외에 다른 기관투자가도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제안 끝내 외면한 에스엠 '52주 신저가'…기관들은 지분 더 늘리며 이수만 회장 압박
에스엠은 1일 코스닥시장에서 2850원(8.05%) 하락한 3만2550원에 마감했다. 전날 에스엠이 3대 주주 KB자산운용(지분율 7.58%)의 주주제안에 사실상 ‘거절’ 답변을 내놓자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KB자산운용은 지난 6월 5일 공개 주주 서한을 통해 “이수만 회장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에스엠에 합병하고 와이너리 레스토랑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지배구조 개선 기대에 4만8600원까지 올랐던 에스엠 주가는 20일 만에 33.02% 폭락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투자자들도 주식회사 에스엠의 주인임을 간과한 답변”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하나도 제시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 회장에게 에스엠 등기 임원으로 떳떳하게 들어와 회사 내부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으라고 요구한 것인데 이 회장 측은 이를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중단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며 “한마디로 동문서답”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에스엠의 태세가 한 달 만에 돌변한 점, 지난 몇 년간 경영을 총괄해온 한세민 대표가 전날 돌연 사임한 점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당초 KB자산운용은 6월 20일까지 답변을 요구했으나 에스엠 측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한을 7월 31일로 미뤘다. 이에 시장에서는 에스엠이 대대적인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그동안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처럼 소통하던 에스엠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나 지적에 대한 정확한 해명 없이 ‘콘텐츠사업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식의 감정적 답변을 내놓은 점이 당황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주가 하락에도 기관들은 에스엠을 순매수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지분율 5.05%), 한국투자신탁운용(5.00%)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에스엠 주식을 추가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기관투자가의 지분은 30% 이상으로 이 회장 지분(19.23%)을 뛰어넘는다. 4대 주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과 별도로 공개 주주 서한 발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헤지펀드들도 에스엠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안다”며 “내년 주주총회 전까지 양측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