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2분기에 상장 후 첫 분기 영업손실을 낼 가능성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일본 라인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 300억엔(약 3283억원) 때문이다. 300억엔 가운데 얼마가 실제 비용으로 반영되느냐에 따라 적자 여부가 가려질 것이란 전망이다. 적자가 나지 않더라도 5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첫 적자 내나…시총 10위→14위 추락
상장 후 첫 손실 낼까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가 2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265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18일 전망했다. 증권가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2058억원을 한참 밑도는 금액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컨센서스에는 라인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 300억엔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이를 전액 반영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 전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라인은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 ‘라인페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달 20일부터 총 300억엔 규모의 ‘라인페이 보너스’ 지급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라인 친구에게 1000엔(약 1만1000원)의 라인페이 보너스를 보내는 이벤트다.

보너스를 받은 사람은 오는 30일까지 라인페이에 가입하고 본인 확인을 거쳐야 이를 쓸 수 있다. 정 연구원은 “300억엔은 라인 이용자가 친구들에게 전송해 모두 소진됐다”며 “관건은 실제 보너스 수령 여부”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지난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3407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4분기(3449억원)와 비슷했다. 하지만 라인 영업손실 79억엔(약 865억원)을 반영한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2062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이 1분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고 가정하고, 일회성 마케팅 비용 약 3000억원을 전액 반영하면 영업손실이 1200억원대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가 적자를 낸다면 상장 후 첫 분기 영업손실이 된다.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2000년에 79억원의 연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있지만 2002년 상장한 뒤에는 매분기 흑자를 냈다.

기대 낮아지는 라인페이 성과

네이버의 2분기 적자 가능성은 아직까지 소수 의견이다. 메리츠종금증권, KTB투자증권, 교보증권은 최근 네이버 실적 전망치를 내렸지만, 2분기에 17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너스를 수령한 비율이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300억엔의 10%인 30억엔(약 329억원)을 추가 비용으로 반영해 2분기에 177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1700억원대 영업이익도 2013년 4분기(1506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보너스를 수령하지 않아 흑자를 유지하는 것도 네이버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라인페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이벤트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카오톡처럼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지만 라인페이 이용자는 430만 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라인페이 경쟁력에 대한 우려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라인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라인은 올 들어 22.52%, 최근 1년 동안 32.21% 떨어졌다. 네이버도 한국 증시에서 같은 기간 10.66%와 21.58% 내렸다. 18일 네이버 시가총액 순위는 14위(17조9647억원)로 1년 전 10위(22조8761억원)에서 4계단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와 라인 주가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성향이 강해 라인페이의 성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네이버의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