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가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높은 공실률에 허덕이던 건물들이 위워크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수익이 안정되고 손바뀜에도 성공하는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18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부동산투자사인 오라이언파트너스는 2017년 매입한 서울 삼성동의 위워크타워(옛 미타타워)를 매각할 예정이다. 연면적 1만5074㎡, 지하 6층~지상 19층 규모 건물이다. 국내 1위 숙박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야놀자가 지난해 8월 다른 건물로 본사를 옮기면서 대규모 공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위워크 선릉역 2호점’이 들어서면서 임대 수익이 안정됐고, 매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위워크가 급속도로 입주 건물을 늘리면서 지난해부터 위워크를 임차인으로 맞은 건물들도 새 주인을 속속 찾고 있다. 서울역 랜드마크 빌딩인 서울스퀘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알파인베스트먼트는 이 건물을 2011년 인수한 뒤 오랫동안 공실에 허덕였다. 위워크와 20년짜리 장기 임차 계약을 맺고 지난해 5월 위워크 서울역점이 입주했다. 이후 공실률은 3%대로 떨어졌다. 최근 ARA코리아자산운용-NH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이 건물을 약 9700억원에 매입했다.

여의도의 옛 HP빌딩도 위워크로 간판(여의도점)을 바꿔달면서 지난해 10월 이지스자산운용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공실 이슈로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매각이 번번이 무산된 적이 있는 건물이다.

올해 들어서도 서울 역삼동에 있는 KG타워(강남역 2호점)와 옛 PCA라이프타워(선릉역 1호점)가 위워크를 입주시킨 뒤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8월 준공된 선릉899빌딩도 위워크와 임차 계약을 맺은 여세를 몰아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위워크는 건물주와 ‘10년+10년’ ‘15년+15년’과 같은 초장기 임차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안정적인 장기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을 가장 선호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장기 임차인의 최대 장점은 투자자에게 예상 가능한 수익을 꾸준히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위워크의 공격적 행보가 서울 오피스빌딩 시장을 떠받치는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