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한 행동주의 펀드 케이씨지아이(KCGI)와 한진그룹이 감사직 선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감사 선임 시도를 무력화하려는 한진그룹에 KCGI는 배임 혐의가 의심되는 만큼 차입금 조달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본지 12월13일자 A24면 참조

KCGI, 한진칼에 첫 공식서한…"감사직 선임 무력화 중단하라"
KCGI는 1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한진칼 이사들에게 지난 5일 이사회에서 결정한 단기차입금 증액 결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지난 5일 금융회사들로부터 1600억원을 단기차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차입이 마무리되면 한진칼의 자산은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불어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상근 감사를 선임하는 대신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는 통상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한다. 이렇게 되면 감사 선임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이 완화된다. 상근감사 선임 때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모두 3%로 묶이는 반면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주주 1인당 3%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한진칼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외이사 중 감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KCGI의 감사 선임을 통한 이사회 진입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KCGI는 “단기차입금 조달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라며 “차입금 증액 관련 행위를 중지하라”고 한진칼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 예상돼 차입금을 증액하게 됐다”며 “차입금 조달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