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3분기 ‘성적’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현저하게 뒤처진다. 전 세계 주요 지역 중 상장사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한국보다 많이 감소한 곳은 유럽밖에 없다.

11일 블룸버그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EPS는 전년 동기 대비 33.9%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액면분할로 인한 주식수 증가 요인을 제거하면 10.5% 줄었다.

상장사 3분기 '성적', 美·日·中에 크게 뒤져
비교 대상 주요국 가운데 3분기에 상장사 EPS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미국이다. 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EPS 증가율이 68.6%에 달했다. 아마존(984.9%) 다우듀폰(640.0%) 넷플릭스(196.7%) 언더아머(103.4%) 등 업종에 상관없이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기업들도 상장사 실적은 개선 추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A지수 구성종목의 EPS는 3분기에 평균 10.9% 늘었다. 일본 닛케이225 구성종목의 EPS도 3.3% 증가했다. 반면 유럽의 스톡스600지수 구성종목의 EPS는 13.6% 감소했다.

국내 상장사들의 상대적인 실적 부진은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3분기 들어 지난 9일(각국 현지시간 기준)까지 코스피지수는 10.96%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등락률 -4.56%) 일본 닛케이225지수(-7.75%) 중국 상하이A지수( -7.88%)보다 낙폭이 컸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한국 증시 낙폭이 상대적으로 큰 데엔 상장사 실적이 글로벌 주요국보다 부진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망이다. MSCI 각국 지수를 기준으로 한 내년 주요국 EPS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 변화를 보면 한국이 3개월 전보다 3.21% 감소해 중국(-6.69%)을 제외하면 하향 조정폭이 가장 컸다. 미국(-0.65%)과 독일(-3.17%)은 감소폭이 한국보다 작았고, 영국(1.35%) 대만(1.20%) 일본(0.74%)은 오히려 3개월 전보다 증가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한 한국 시장의 투자매력도는 당분간 세계 주요국 중 하위권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