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고공 질주를 하고 있다. 일본 경기 회복으로 기업의 오피스 수요가 증가하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호텔 수요도 늘어나 부동산 개발·임대업을 하는 리츠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위기 등으로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만큼 자산 다변화 차원에서 리츠 펀드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日 저금리 덕에 리츠 반사이익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일본 리츠 펀드 3개는 올해 들어 평균 6.88%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JapanREITs’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7.11%(A클래스)에 달한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가 -8.69%, 해외 주식형펀드가 -6.18%로 손실을 본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리츠 펀드는 최근 한 달간 0.24%, 3개월간 1.49%, 6개월간 6.5% 등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다.

일본 리츠 펀드 '나홀로 질주'
일본 리츠 펀드는 도쿄증시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한다. 대도시 사무용 빌딩이나 유명 관광지 호텔 등에 투자하는 리츠를 주로 담는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 또는 개발하고 임대·관리하며 수익을 배분하는 부동산 간접투자기구다.

일본이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무관하게 저금리 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일본 리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장기간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리는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리츠 수익률과 직결된다. 도쿄 도심의 대형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지난 7월 2.58%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리츠 수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는 상승세다.

박용식 삼성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엔화 약세로 방일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내년엔 럭비올림픽, 2020년엔 하계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린다”며 “일본 리츠의 호텔과 리조트 부문도 호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리츠의 또 다른 강점은 배당수익이다. 리츠는 임대료나 매각차익 등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배당한다. 일본 리츠의 기대 배당수익률은 연 4%에 달한다.

◆‘반 토막’ 트라우마 있지만…

일본 리츠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3개에 설정된 금액은 339억원에 불과하다. 리츠가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과 일본은 증시에서 리츠가 각각 시가총액의 2.7%, 1.9%를 차지할 만큼 리츠가 대중화돼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6개뿐이다.

2008년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닥치면서 리츠 펀드 투자자들은 당시 펀드가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리츠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리츠 펀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한다. 유나무 한화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리츠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아직 2010년 이후 평균 수준을 밑돌고 있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증시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은 리츠 펀드를 분산투자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