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결국 재공모
국민 노후자금 626조원 운용을 총괄하는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가 1년 가까이 비면서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새 CIO를 뽑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공석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은 27일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결과 ‘적격자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발 절차 등을 심의한 뒤 재공모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본지 6월25일자 A5면 참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돌연 사표를 낸 후 11개월째 공석이다. 다음달이면 공백 사태가 1년을 맞는다.

국민연금 기금이사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공모에 들어가 4월 중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윤영목 제이슨인베스트먼트 고문, 이동민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 투자운용부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이사장에게 추천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2개월이 넘도록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재공모설이 돌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결국 재공모
당초 곽 전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이후 강화된 인사 검증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CIO를 뽑는데 장관 수준의 검증 기준을 적용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을 위해 재공모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과 2010년에도 후보자 미달 등의 이유로 재공모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추천위원회 단계에서 재공모가 이뤄진 데다 조속히 절차를 진행해 공백 상태가 길지 않았다. 2010년에는 후임자(이찬우 본부장)가 뽑힐 때까지 전임자(김선정 본부장)가 근무를 채워 공백이 없었다. 1999년 11월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이래 4개월 이상 CIO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는 건 처음이다.

공백이 길어진 근본 원인은 ‘자본시장 대통령’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CIO에 지원하려는 투자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3년(2+1년) 임기가 끝나면 3년간 금융권에 취업이 금지되는 데다 연봉 등 처우도 민간 회사에 비해 크게 떨어져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연루되면 검찰 조사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과 코드가 맞고 장관급에 달하는 높은 인사 검증 기준을 통과할 전문가를 찾긴 쉽지 않다.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재공모에 나서봐야 조속한 시기에 적합한 인물을 뽑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 생명보험사 CIO는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공모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후보군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기금운용의 지배구조와 운용 인력에 대한 처우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런 공석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