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전례없이 외부에 사전 공개해 금융위원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이번에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고유 권한인 조사권을 사전 논의 없이 금감원도 갖겠다고 선언한 것이어서 이번에도 양측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감원, 이번엔 '불공정거래 조사권' 놓고 금융위와 충돌
금감원은 현장조사권과 디지털 포렌식 장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불공정거래 조사업무 혁신 방안’을 추진한다고 10일 발표했다.

현장조사권은 불공정거래 사업장에서 장부와 서류 등 혐의 증서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금감원이 이를 보유하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업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현장조사권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만 갖고 있다. 휴대폰 등 디지털기기에 저장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장비인 디지털 포렌식 역시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만 보유하고 있다.

금감원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발의한 ‘특사경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금감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지명하는 권한을 금감원장이 갖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은 불공정거래를 조사할 때 압수수색, 통신기록 조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조효제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공정거래 범죄 수단이 첨단화·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며 “혐의입증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금감원의 조사 수단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 같은 금감원 행보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이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에 주어진 권한을 갖겠다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발표된 금감원의 보도자료를 보고 나서야 이 같은 내용을 파악했다”며 “자본시장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사무처 소속의 상설 조직인 자본시장조사단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주가조작 범죄 근절을 위해 설립됐다. 출범 당시에도 금융위와 금감원, 거래소 그리고 검찰까지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였다.

금감원은 바이오·제약사의 신약개발·임상시험과 관련된 공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정보 공유를 추진하는 내용도 이날 발표한 혁신방안에 담았다. 역외 탈세 과정에서 국내주식 매매 사례 등 정보수집을 위해 국세청 및 관세청과 협력채널도 구축하기로 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 모니터링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수정/조진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