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민낯' 드러난 증권거래시스템

책임회피 급급한 당국·기관
"개별 증권사 책임만 물으면 제2·제3 사고 계속될 것"
삼성증권의 배당사고가 발생한 직후 금융당국 및 증권 유관기관들이 삼성증권에 책임을 떠넘긴 듯한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전수조사 등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며 뒷수습에 나섰다.

금융위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증권 배당착오 처리 관계기관 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발행되지 않은 주식 물량 입고가 가능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며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을 진단해 주식시장의 매매체결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증권사 등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증권계좌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 전까지 금감원과 증권 유관기관들은 사고의 책임을 삼성증권에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곳은 예탁원이다.

지난 6일 오전 11시50분께 예탁원은 “삼성증권 배당 착오 건과 전혀 무관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예탁원은 증권매매 거래에 따른 증권인도, 대금지급, 한국거래소에 결제이행 및 불이행 결과 통지 등의 의무가 있다.

한국거래소 측도 줄곧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미비로 벌어진 사고”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상 거래소의 설립 이유는 ‘증권의 공정한 가격 형성과 매매, 거래 안정성,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금감원도 6일 보도자료를 내면서 삼성증권에 관련자 문책, 투자자 피해보상 등을 당부했지만, 부실감독에 대한 자기반성은 빼놨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건으로 국내 증권거래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증권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며 “개별 증권사의 책임만 묻는다면 제2, 제3의 삼성증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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