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들의 질주에 코스닥지수가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한 달 새 코스닥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항암 신약업체로 몰리면서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했다. 항암치료제 전문업체인 신라젠은 올 들어서만 주가가 5배 넘게 뛰었다. 코스닥 바이오주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과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항암치료주가 띄운 코스닥

10일 코스닥지수는 10.85포인트(1.53%) 오른 720.79에 장을 마쳤다. 2015년 8월18일(722.01) 이후 최고치다. 2560선을 넘지 못한 채 조정 흐름을 보인 코스피지수(종가 2542.95, -0.30%)와 달리 코스닥시장은 지난 8일 이후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온 개인은 이날 2009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차익실현에 나섰지만 외국인(468억원)과 기관투자가(1621억원)의 매수세가 유입돼 지수를 밀어올렸다.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바이오주 신라젠(-0.53%)과 티슈진(-5.86%)은 주춤했지만 대장주인 셀트리온(3.10%)과 셀트리온헬스케어(5.19%)는 상승폭이 컸다.
바이오주가 끌어올린 코스닥 2년3개월 만에 720선 뚫었다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이 이미 많이 오른 신라젠 등을 대신할 종목을 찾기 위해 바이오주 전반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61.26% 오른 CMG제약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개발 중인 표적 항암치료제 ‘CMG2014’에 대해 내년에 미국 임상시험 허가 신청을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급등했다.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 생체물질의 활동을 억제해 증식을 막는 치료제다.

유방암 표적 항암제를 개발 중인 앱클론(이날 종가 5만9000원)은 지난 9월 상장한 후 공모가(1만원)보다 6배 가까이 올랐다. 이 업체의 ‘AC101’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과 병용치료를 목적으로 개발하는 항체 치료제다. 허셉틴은 지난해 약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이다.

분자진단 업체인 엠지메드 주가도 최근 한 달간 64.38% 뛰었다. 이 업체의 최대주주는 최근 마크로젠에서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명지병원 이사장으로 바뀌었다. 이 이사장은 영국의 항암면역백신 개발업체인 OVM과 연구개발·임상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항암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코스닥 의료기기 업체인 에이티젠 역시 지난 9일 장중 4만86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에이티젠은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도를 측정해 암과 중증 질병에 대한 면역 저항력을 확인하는 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과열로 투자경고 종목 속출

신라젠의 간암 치료제인 ‘펙사벡’이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주가가 급등한 게 개인들의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은 최근 한 달간 코스닥시장에서 809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833억원)과 기관(5318억원)은 순매도했다. 개인의 대규모 순매수 덕분에 코스닥지수는 한 달 새 10.41% 올랐다.

개인들의 바이오주 쏠림 투자는 확연했다. 최근 한 달간 셀트리온에 몰린 개인들의 자금은 4235억원으로 전체 개인 순매수 규모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어 셀트리온헬스케어에 2764억원이 투자됐다.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티슈진에도 2568억원이 유입됐다. 메디톡스(767억원) 휴젤(420억원) 앱클론(362억원) 신라젠(333억원) 등에도 개인들이 몰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앱클론과 CMG제약은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는 실적과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타고 퍼지는 소문만 듣고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동현/윤정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