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1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3개년(2018~2020년) 정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배당 규모를 올해보다 100% 확대하겠다고 결정했다.

또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기준을 기존 1년에서 3년 단위로 변경했다. 2018~2020년 잉여현금흐름의 50% 중 배당 후 잔여재원은 현금배당 또는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에 사용키로 했다.

배당 확대 방안 등이 포함됐지만 이날 발표한 내용은 높아진 시장의 눈높이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김 연구원은 "최근 이익이 워낙 좋다보니까 주주환원액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며 "삼성전자 측도 지난해 올해 이익이 예상했던거 보다 더 많으면 배당 규모 등을 늘리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은 지금껏 해왔던 것의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 정책보다 훨씬 규모가 커지는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 수감에 이어 권오현 부회장 사퇴로 리더십이 공백 상태가 되면서 주주환원 정책의 변화의 폭도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회계 연도가 마감이 된 것도 아니고 의사 결정할 리더도 부재한 상황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3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반도체 부문의 호황 덕에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179.48% 증가한 14조533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62조489억원으로 작년 동기에 비해 29.77% 증가했다.

지난 2분기(14조665억원)에 기록한 사상 최대 이익을 3개월 만에 갈아치운 실적이다. 반도체 사업부의 이익 성장세 덕분이다. 이 사업부는 3분기 영업이익 9조9600억원을 달성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 가량을 반도체로 벌어들인 것이다.

김 연구원은 "TV 및 가전을 담당하는 CE부문, 휴대폰 담당 사업부인 IM부문 등의 감익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늘면서 실적 개선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4분기 실적은 3분기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KTB투자증권이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15조2600억원, 매출은 70조4519억원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이익이 크게 늘면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4분기에 훨씬 더 많이 오르면서 이익이 더 늘어날 것이며 거기에 디스플레이 부문도 애플 아이폰X에 본격적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품을 공급하면서 이익이 증가한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두 사업부만 봐도 3분기와 비교해 적어도 1조 이상은 증익이 된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 기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예측 어려운 사안"이라면서도 "내년까지는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은 과점시장으로 한 업체라도 대규모 투자를 하게되면 시황이 급속도로 바뀔 수 있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서버용 반도체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스마트폰에도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탑재가 늘면서 내년까지는 반도체 업황이 좋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