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일 승리하면서 수혜주 찾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당장 수혜 업종이나 종목을 찾기보다는 시장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날 장중 트럼프의 당선이 점점 유력해지면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방위산업 관련주가 급등했다.

반면에 수출 기업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등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양상이 곧바로 나타났다.

◇ 한반도 리스크 부각에 방산주 급등…수출주 약세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동맹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달리 트럼프는 동맹보다 미국의 현실적 이익을 중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협상 불발 시 주한미군 철수까지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내 주식 시장에서 방위산업 관련주가 트럼프 당선의 일차적인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진용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한 외교를 강조해 온 트럼프는 전 세계에서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대북 리스크 심화에 대비해 방산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대표적인 방산주인 빅텍, 스페코, 퍼스텍이 상한가로 마감했다.

한화테크윈(4.19%), LIG넥스원(5.56%) 같은 대형 방산주도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반면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를 기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수출 관련 종목은 피해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 첫 일정에서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러스트벨트 유세 때는 '재앙'이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해 한미FTA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과 함께 한미FTA도 재협상의 대상으로 공언하기도 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철회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철강·금속, 화학, 자동차, 섬유 등 수출 기업이 불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진용재 연구원은 "TPP가 철회될 경우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상선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베트남 생산 비중이 높은 한세실업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날 현대상선(-5.45%), 한세실업(-3.33%)은 물론 포스코(-4.54%), LG화학(-4.16%), 현대차(3.25%), 한섬(-0.12%) 등 수출 기업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트럼프 후보가 강조해 온 전통적 에너지 강화 정책이 원유 생산 증가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지면 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주식 비중 줄이되 급매도는 자제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글로벌 증시 전체가 충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일단 시간을 두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당장 주식 비중을 줄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이 '쇼크'로 해석되는 현 상황에서는 수혜주를 찾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주가 하락에 놀라 보유 종목을 팔기보다는 일단 들고 있으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 전체에 '퍼펙트 스톰'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주식 비중을 축소하고 저가매수를 위한 현금 보유 전략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주식 비중의 축소를 권하지만 "금융은 트럼프가 규제 완화를 지지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낙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유틸리티는 경기 방어적 성격으로 약세장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는 금융이나 유틸리티 업종이 덜 불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보유 자산의 구성을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1개월)에는 금과 방어주 등 안전 성향의 자산 비중을 높이고 1개월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경로의 상향을 염두에 두고 소재, 산업재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