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몰리던 '효자 상품' 이달 5179억 첫 순유출
올해 7조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며 인기를 끈 국내 채권형펀드에서 이달 들어 처음으로 5000억원(월별 기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가계부채 우려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데다 유럽의 양적완화 종료(테이퍼링)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공모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이달 들어(지난 21일 기준) 5179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채권형펀드 자금이 순유출을 기록한 건 이달이 처음이다. 최근 한 달 동안 ‘한국투자e단기채펀드’(1059억원) ‘키움단기국공채펀드’(426억원) ‘삼성코리아단기채권펀드’(993억원) 등 대표 채권형펀드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채권형펀드는 올해 재테크시장의 ‘효자 상품’이었다. 지난 5월 1조5120억원이 유입되는 등 전달까지 7조3273억원이 몰렸다. 수익률도 양호한 수준이었다. 주식형펀드가 평균 0% 안팎의 수익률(0.04%)을 기록한 반면 217개 국내 채권형펀드는 연초 이후 1.88%의 수익률을 올렸다.

해외 채권형펀드도 신흥국 채권시장 자금 유입세에 올 들어 6.70%의 수익을 내고 있다. -1.60%의 수익률을 기록한 해외 주식형펀드보다 8.30%포인트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6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란 기대감과 유럽과 일본의 지속적인 양적완화가 채권시장 유동성을 풍부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하락하거나 사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올라간다.

하지만 잘나가던 채권시장에 최근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 과열로 급증하는 가계부채 우려가 커진 탓이다.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 “가계부채와 Fed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금융안정에 유의해 금리정책 운용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채권 금리가 장기채를 중심으로 상승세(채권 가격 하락)를 보이는 점도 투자자에겐 부담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7월 초 1.36%까지 하락한 이후 이달 14일엔 1.80%까지 올랐다. 21일 다시 1.73%까지 하락한 상황이지만 10년 이상 장기채를 중심으로 채권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마이너스’이던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도 7일 0.02%로 ‘플러스’ 전환한 뒤 꾸준히 오르는 상황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 더 이상 ‘먹을 것’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이현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