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업계를 이끌고 있는 ‘전통의 강호’들이 올 3분기에도 경쟁업체를 압도하며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기업 인수합병(M&A) 재무자문 분야의 크레디트스위스(CS)와 주식발행시장(ECM)의 NH투자증권, 채권발행시장(DCM)의 KB투자증권이 주인공이다. IB업계에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이들 3개 업체가 ‘2016년 최강자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CS는 올 1~3분기 M&A 발표 시점(잠정 협약 또는 본계약 체결 시점) 기준으로 5조2615억원 규모의 바이아웃 거래(경영권을 포함한 매매)를 주선, 3분기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NH와 KB도 각각 ECM과 DCM 부문에서 2위 업체를 상당한 격차로 따돌렸다.
[한경 마켓인사이트 1~9월 자본시장 성적표] NH증권, 주식발행…KB증권은 채권발행 '두각'
◆위축된 M&A 시장…순위 굳히기

올 3분기 국내 M&A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거래건수 83건에 거래액 7조6000억원으로, 올 1분기(111건, 18조원)와 2분기(114건, 14조9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업계에선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갈등이 M&A 시장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 기업 인수에 부담을 느낀 중국 자본이 투자 시점을 늦추거나 아예 투자를 포기한 것이 거래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ING생명 매각작업도 이런 이유 때문에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인수의사를 내비치던 타이핑보험 등 중국 기업들이 사드를 핑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등 대형 매물의 매각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도 3분기 시장 축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거래가 없다 보니 3분기에 별다른 순위 변동은 없었다. 재무자문(발표 기준)에선 모건스탠리가 CS에 이어 ‘넘버2’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두 회사 간 자문 거래규모 격차는 1~2분기 1조4000억원 수준에서 1~3분기 2조원 안팎으로 벌어졌다. CS가 6000억원에 SK네트웍스에 팔린 동양매직 인수자문을 수행한 덕분이었다. 올 3분기 국내 M&A시장의 ‘최대어’는 미국 HP의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 인수(1조1545억원)지만, 삼성전자가 회계자문 및 법률자문사만 선정한 탓에 국내외 IB의 실적에는 잡히지 않았다.

M&A 회계자문과 M&A 법률자문 부문에서도 1등의 독주가 계속됐다. 회계자문에선 딜로이트안진이 삼성전자의 프린터사업부 매각 등을 따내며 올 들어 회계 자문 규모를 10조8053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라이벌인 삼일회계법인과 EY한영은 각각 6조9561억원과 5조1944억원에 그쳤다. 법률자문 분야에서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올 들어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다. 김앤장의 1~9월 자문 거래규모는 8조8814억원으로, 세종(7조588억원)과 광장(6조5697억원)을 압도했다.

◆ECM 최강자 NH에 도전장 낸 한투

3분기 ECM 시장을 주도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와 LS전선아시아 등 5건의 기업공개(IPO)를 대표 주관하면서 3368억원의 대표주관 실적을 추가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업계 1위인 NH투자증권(1801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 상반기 NH에 워낙 큰 격차로 밀린 탓에 3분기 실적으로 판도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투의 올 1~3분기 ECM 대표주관 금액은 1조2603억원으로, NH(1조6339억원)에 비해 3736억원가량 적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는 3위 자리를 놓고 혼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4위였던 신한은 3분기에 한국자산신탁과 헝셩그룹 IPO를 주관하며 3위로 올라섰다. 3분기 주관 실적이 1건(우리손에프앤지 IPO)에 그친 미래에셋대우는 4위로 밀렸다.

2분기까지 7위에 머물렀던 대신증권은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신은 3분기에 명문제약 유상증자와 신한과 공동으로 수행한 한국자산신탁 IPO 등 2건의 거래를 따내며 올해 323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SK증권, DCM 부문 2위로 도약

DCM 부문에서는 KB투자증권이 대표주관과 전체주관 기준에서 모두 1위를 굳혔다. KB는 올 1~9월 총 124건, 9조3723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대표 주관했다. 2위인 SK증권(67건, 6조7306억원어치)과의 실적 격차를 3조원 가까이 벌렸다.

채권 유형별로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FB) 부문 1위, 일반 회사채(SB)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 2위였다. SB 부문에서 현대건설(발행액 1500억원), 포스코대우(1500억원), 에쓰오일(3500억원), LG전자(4600억원), SK(4000억원) 등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시켰다.

상반기까지 4위였던 SK는 2위로 뛰어올랐다. KB와 SK에 이어 NH(53건, 6조1809억원어치)와 미래에셋대우(74건, 5조9247억원어치), 한투(84건, 5조8111억원어치)가 3~5위를 차지했다.

FB 부문에선 3조7754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주선한 KB에 이어 미래에셋대우(3조1283억원어치)가 2위에 올랐다. ABS 부문에선 1조3370억원어치 발행 실적을 쌓은 SK증권이 KB(7470억원어치)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김태호/김익환/하헌형 기자 highkick@hankyung.com